(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들의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영업 행태에 칼날을 댄 금융당국이 이번엔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에 칼끝을 겨냥하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저축은행의 고금리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특히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이 확대될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저신용 서민층의 금융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의 계열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행위를 자제하고,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지주사에 속한 은행들은 주담보 위주의 대출을 자제하면서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중개ㆍ지원하고, 계열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늘려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키우고 금융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핵심 두 축으로 삼은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 금융지주사들이 적극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4대 금융지주사의 임원들을 불러 계열 저축은행들을 통해 고금리 대출 공급을 줄이고,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금리 대출 상품의 대표격인 사잇돌대출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총 누적 취급액은 약 3천700억 원 정도다. 이 중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공급액은 전체의 14% 정도에 그쳤다.

신한금융 계열의 신한저축은행이 274억 원으로 가장 많고, KB금융 계열의 KB저축은행이 200억 원이었다.

농협금융 계열의 NH저축은행과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하나저축은행은 실적이 각각 26억 원과 3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들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중금리 상품 취급 규모는 신한과 하나가 2천억 원 안팎이었다. KB는 1천500억 원 정도다. 농협은 별도의 중금리 대출 상품이 없었다.

금융지주 계열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 계열이라고 해서 자본금 등을 고려한 대출 공급 여력이 무조건 큰 것은 아니다"며 "햇살론 등 광범위한 중금리 대출 상품은 꾸준히 공급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가 큰 곳은 오케이와 페퍼 등 저축은행 전업사다.

그간 저축은행이 공급해온 가계신용 대출 평균금리는 24% 정도. 하지만 저축은행의 사잇돌대출 등 중금리 대출의 금리는 14~18%대에 전체 대출의 86%(6월 말 기준)가 집중돼 있다.

시중은행이 공급하는 가계신용 대출 평균금리가 3~5%, 은행의 사잇돌대출 금리가 6~9%임을 고려할 때 20% 넘는 금리로 대출을 주선하는 대부업체와의 간극을 메우는 게 저축은행의 역할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0조 원을 돌파하며 최근 1년 새 20%나 급증한 상황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특히 자본력이 튼튼한 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제 몫을 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의중이다.

금융당국의 요구는 그동안 '금융지주는 곧 은행'이라는 구도를 금융지주사 스스로가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은행 이외의 계열사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금융지주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브랜드와 평판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상품 구성이나 금리 수준 등을 보면 그에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포용적 금융 상품이다"며 "금융지주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너지를 찾아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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