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정원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의 부실 중동현장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에 이어 증자 등 자금수혈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기존 투입한 인력과 장비 등에 기대 재기를 노려볼 만하지만, 저유가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14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건설사가 중동에서 따낸 수주는 91억5천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한 수치다. 공사 건수도 전년보다 7건 늘었다. 이대로라면 중동에서의 수주가 4년 만에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3월 이란에서 대림산업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52억달러가량의 수주를 따낸 게 컸다.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와 KPRC 2단계 사업 등이다. 이를 빼면 중동에서의 활동은 작년보다 못해 10년도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위축됐다.







중동 오일머니가 국내 건설사들에 날개를 달아주던 시절도 지났다. 국제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중동에서는 공사변경, 미청구공사 등이 빈번했다. 아직 중동에서의 부실로 영업흑자가 줄어든 대형건설사들이 여전하다.

실적 감소에 이어 자금수혈까지 진행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법인의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자 자산 중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13일 오후 3시50분에 연합인포맥스가 송고한 '삼성엔지, '자본잠식' 자회사 구하기…유상증자 추진' 기사 참고.)

삼성엔지니어링 사우디 법인은 올해 상반기에 2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에도 1천394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작년에는 당기순손실이 영업손실의 2.4배를 넘었고 올해는 14배까지 뛰었다. 사우디 법인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만큼 영업 외 비용이 누적되는 모습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며 지속해서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우디 법인은 1999년에 설립됐다. 하지만 이제는 남은 프로젝트가 많지 않고 올해 1월에는 1조6천억원대 공사인 얀부 발전 및 해수 담수화 플랜트(Yanbu Power & Desalination Plant Phase 3)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저유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 외 시련을 주는 중동프로젝트들이 국내 건설사에 남았다. 사우디 라빅, 쿠웨이트 와라, 이라크 바드라 등이다. 그나마 막바지라는 점이 위안거리다.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가 다시 활발한 수주를 하기에는 당분간 한계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진단했다. 새 정부가 얼마나 지원해주느냐도 관건으로 지목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투입한 인력과 장비, 노하우 등으로 중동에서 계속 일감을 이어가면 좋겠지만, 저유가로 발주가 줄다 보니 국내 건설사들이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국내 주택경기가 위축된다면 한국에 대한 신뢰가 높은 지역에서 수익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도록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