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골드만삭스가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구책을 공개했지만, 현실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3년간 여러 부문에 걸쳐 50억달러의 수익을 추가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을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자구안은 특히 올해 들어 실적이 급락한 채권과 외환, 원자재(FICC) 부문에서 실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WSJ은 "골드만삭스는 FICC 부문에서 약 10억달러의 수익을 증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군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며 "주력 고객군인 헤지펀드 업계 바깥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지만 쟁쟁한 경쟁사들이 이미 버티는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2개월간 10%까지 떨어진 FICC 시장 점유율을 앞으로 3년 이내에 절정이었던 2009년의 1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신들이 장악한 헤지펀드 업계 외에 전통적인 자산운용사와 은행, 기업까지 고객군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들 업계는 시장 변동성이 작은 시기에는 덜 흔들린다는 매력적이다.

문제는 골드만삭스의 강력한 경쟁업체인 JP모건이나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이미 해당 영역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유니버설 은행은 기업에 대출이나 현금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FICC 부문에서도 우월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이처럼 끈끈한 관계를 뚫고 영역을 넓히는 것은 제아무리 골드만삭스라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WSJ의 시각이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사이 유럽계 은행이 살아나면서 FICC 부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골드만삭스엔 악재다.

한편으로는 FICC 시장이 사실상 제로섬 게임인 상황에서 트레이딩 부문의 파이가 더 커질 여지가 없다는 점도 난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폴 도노프리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3년간 트레이딩 및 세일즈 수익에 대한 수수료 총액이 근본적으로는 정체 상태라고 우려했다.

WSJ은 "차라리 기업이나 자산관리 고객에 대출을 늘리겠다는 골드만삭스의 전략이 현실성 있어 보인다"며 "골드만삭스는 대출 부문에서 저변이 좁은 만큼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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