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윤 회장을 고발하는 등 그의 연임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는 14일 오후 6시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윤 회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을 선정했다.

하지만 양 사장과 김 사장이 심층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

당초 확대위는 지난 8일 열린 회의에서 최종 숏리스트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숏리스트 결정을 연기, 7명의 후보군만을 추렸다.

그간 확대위는 회의 일정은 물론 회장 후보군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KB 노조는 회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며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14년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100여 명의 후보군 전체를 공개함은 물론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모든 과정을 공개했던 것과 지금의 상황이 대비됐기 때문이다.

이날 확대위가 회의 일정과 후보군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선임 절차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심층 면접이 예정돼 있지만, 사실상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다.

취임 이후 자회사 인수합병(M&A)으로 자산 규모가 커진 데다, 올해 상반기에만 2조 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는 등 경영 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에 대한 노조의 반발은 극에 달한 상태다.

KB 노조는 전일 영등포경찰서에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5일부터 양일간 전 직원을 상대로 진행한 윤 회장 연임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에 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판단에서다.

설문조사에서 윤 회장의 연임 찬성을 중복으로 응답한 17개 IP 소유자가 국민은행 본점 특정부서 직원의 휴대전화일 것으로 KB 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이 공동 조사를 제안했지만, 노조는 정식으로 조사를 제안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덕성이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윤 회장은) 노조 선거에 개입하는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며 "재임 시절 경영 성과는 윤 회장의 개인 역량이 아닌 직원들의 역량이며 이에 대해선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지적이 일방적인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8월 말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노조와 화해 국면을 맞이하는 듯했던 윤 회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KB 노조가 차기 회장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지난 5일 윤 회장과 노조 측 간에 한 차례 만남이 성사됐지만,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한 상태다.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된 만큼 향후 노조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회장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확대위는 현직 회장인 윤 회장에 대해서 지난 3년간의 경영 평가를 별도로 진행했다. 노사 관계 역시 평가 항목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확대위는 윤 회장에 대한 노조 측의 반발을 지배구조에 대한 트라우마로 해석했다. 노사 관계 역시 윤 회장의 경영 평가경영과 현장 직원들 간 존재했던 거리감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확대위는 향후 진행할 심층평가를 통해 윤 회장이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 평가할 예정이다.

최영휘 KB금융 확대위원장은 "(윤 회장이)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으로 끌어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무리가 되는 일을 했던 것 같다"며 "향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잘한점, 잘못한 점, 개선할 점을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고 보완하는 쪽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 회장이 앞으로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가 연임을 확정짓는 최대 과제가 되는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확대위가 후보군을 비공개로 유지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며 "앞서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을 산 임원 두 명을 해임한 윤 회장이 이번엔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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