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감독원 출신의 증권사 임원이 갈수록 줄고 있다. 2015년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된 데 이어 지난해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로 '관피아'(관료+마피아) 낙인이 찍히면서 금감원 퇴직 임원들의 민간 금융회사 재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남성 메리츠종금증권 부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정 부사장은 금감원 전신인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2012년 메리츠종금증권 전무로 합류해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사장은 업무 일선에서 빠진 채 연말까지 부사장직만 유지한다. 정 부사장이 떠나면서 증권사의 금감원 출신 임원은 더욱 찾기 어려워졌다.

2015년까지만 해도 증권가에는 금감원 출신 임원이나 감사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광섭 전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감사는 8년 반 동안 감사 자리를 지키다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하면서 퇴임했다. 김석진 전 한국투자증권 감사도 7년 넘게 일하다 2016년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최순권 유진투자증권 감사와 김영록 키움증권 감사는 지난해 3월, 송경철 삼성증권 감사는 올해 3월 퇴임했다. 이들의 자리는 모두 비(非) 금감원 출신으로 교체됐다.

현재 남은 금감원 출신 증권사 감사는 이장영 NH투자증권 감사와 정헌호 신한금융투자 감사, 박찬수 대신증권 감사 정도다.

금감원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된다. 올해 상반기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 임원은 3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업심사를 받았던 임원이 15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줄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감원 임원들이 보직에서 물러나면 금융사 감사나 사외이사, 또는 대형 법무법인 고문직에 재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관료 출신들의 미숙한 사고 대응 논란이 일면서 이듬해 '관피아 방지법'이라 불린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시행, 퇴직 후 곧바로 재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등 취업 제한이 까다로워졌다.

여기에 지난해 최순실 사태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되며 금감원 퇴직자들의 금융사 재취업 문은 더욱 좁아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금감원 출신 전문가들이 통째로 사장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민간 금융사로 재취업해 논란의 중심에 설 필요가 없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관 출신은 무조건 안 된다는 낙인효과가 너무 강한 것도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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