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정부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니라 금융시장 개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를 국제 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20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달러화 국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200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발행 규모도 당시의 17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음날 마켓워치는 중국이 달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에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당혹해 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은 역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내 채권 시장 규모는 9조 달러 이상으로 독일 채권 시장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애쉬모어 그룹의 얀 덴 리서치 헤드는 "중국 채권 시장에서 달러화 표시 채권은 중국 정부가 신경 쓸 만큼 결코 중요한 부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이 이번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단순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신 상징적인 규모로 채권을 발행해 자국의 금융 인프라를 선진화하기 위해 금융시장 개방 노력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한가지 추정은 중국이 역내 채권 발행 기업들을 위한 달러 수익률 곡선을 만들기 위해 달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기별 채권금리를 연결한 수익률 곡선은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때 적정 금리를 측정하는 벤치마크의 역할을 한다. 더구나 이러한 장치가 있으면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 수익률과 미 국채 수익률, 다른 신흥국 달러채 수익률 등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덴 헤드는 "국채 수익률 곡선은 금융 인프라 중의 하나"라며 "중국이 달러채 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미 국채 금리 대비 중국 국채 금리 스프레드를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가 올해 들어 달러화에 6%가량 오르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줄어든 점도 중국이 자본 시장 개방 노력을 강화하는 이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크레인쉐어스의 조나단 셀론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중국이 자본 시장을 자유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타이밍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달러화 흐름이 반전돼 자본유출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분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TD증권의 사카 티하니 선임 시장전략가는 "당국은 여전히 미 달러화가 반전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라며 "올해 위안화 강세의 대부분은 달러 약세와 정부의 강력한 역외 직접 투자에 대한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너무 크게 해석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들이 위안화 표시 국채를 사는 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달러채 발행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상징적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티하니 전략가는 "누구든 (진짜 이유를) 알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적인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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