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온라인 특화 증권사로서 그동안 약진해 온 키움증권이 큰 시련을 맞고 있다. 증권업계 전반에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압박이 커진 가운데 경쟁사들의 무료수수료 이벤트가 결정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주가는 7월 이후로만 15% 가까이 하락했다. 9만4천원대 주가는 최근 7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주식시장 전반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키움증권의 하락폭은 훨씬 컸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7%, 증권업종지수는 10.7% 내려갔다.

키움증권 주가 약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수수료 경쟁의 재점화 가능성이다. 일부 증권사가 평생 무료수수료를 도입하는 등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면서 위탁매매에 강점이 있는 키움증권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압력이다. 금융감독 당국이 실태 점검 이후 개선 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이미 일부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대 1.5%포인트 내렸다.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잔고는 업계 최대인 1조원 수준이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리면 관련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환사채(CB)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발행금리 1%로 전환사채 1천470억원을 발행했다. 이는 과거에도 자본조달 이후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키움증권이 시련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탁매매 강자로서 위치가 단숨에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개인 중심으로 고객 로열티가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이탈도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타사의 무료수수료 이벤트에도 키움증권의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업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이미 무료에 가까운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수수료와 고객편의 중심의 시스템은 이 증권사에 대한 고객 로열티를 높이는 주된 이유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고객의 로열티가 유지되려면 그만한 신뢰를 계속해서 줘야 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키움증권이 헤지펀드 공매도 물량의 주요 공급처가 되는 등 개인의 뒤통수를 치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다.

키움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스와프 독점계약을 맺고 개인투자자로부터 받은 대여 주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빌려준 개인 주식은 헤지펀드의 공매도 물량으로 사용된다. (연합인포맥스 8월31일 오전 9시8분 '개미로 큰 키움증권 개미를 울린다…글로벌IB와 공매도 독점계약' 기사 참조)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2000년대 초반 등장한 키움증권이 주식 위탁시장의 강자로 꾸준하게 성장한 것은 수수료나 시스템, 고객 친화적 서비스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데서 가능했다"며 "이 증권사를 둘러싼 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개인 고객의 신뢰마저 약해진다면 성장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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