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 상황을 직접 설명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깊은 시점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긴장 고조에도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투자자들을 달랠 전망이다.

◇전과 다른 北 리스크…김정은과 트럼프의 '콜라보'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20일(미국시간) 뉴욕 현지에서 월가 큰 손들을 만나 한국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을 위한 순방에서 IR도 주요 일정으로 잡았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IR는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전담해 왔다. 대통령이 직접 해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안감이 팽배했던 2008년 뉴욕에서 IR를 진행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기간 중 기업인들과의 회동이 종종 있었지만, 본격적인 IR 행사를 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해외 투자자들 만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을 내놓은 8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일까지 2조8천억 원 이상을 빼내 갔다. 연초 이후 7월 말까지 7조6천억 원 이상 순수히 유입됐던 것과 확연히 달라졌다. 7월 말 105조 원가량이던 외국인의 국고채 및 통안채 잔고도 전일에는 100조 원으로 줄었다.

우리나라의 5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월 말 55 베이시스 포인트(bp)이던 데서 9월 70bp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당시 CDS 프리미엄이 40bp대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는 차별화된다.

국내에 진출한 일부 외국계 금융사 중에는 본점 지시로 한반도 유사시 투자 자산의 회수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인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관의 한 관계자는 "트럼트 취임 이후에는 북한 도발이 실제 한반도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연히 커졌다"며 "예전에 없던 엑시트플랜 수립 지시도 내려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쟁은 없다' 메시지 발신 예상…불안 달래기

문 대통령은 이번 뉴욕 IR에서 북한 도발로 위기감이 고조되기는 했지만, 한반도에서 전쟁 등 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핵심 이유는 미국의 선제타격 등으로 무력충돌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인 만큼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력충돌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견실한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일 "북한이 ICBM과 핵 개발을 완료해도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한의 무기 개발 목표는 전쟁이 아니라 주변 국가와의 관계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S&P는 또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믿음직한 약속을 할 경우엔 한국의 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는 견해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도발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중에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놓았다.

우리 정부는 또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해 미국과 한국 간 이견이 없다는 점도 수차례 설명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언론에서 선제타격론 등이 자주 거론되면서 불안감이 더 커진 측면이 있는 만큼 대통령이 뉴욕에서 직접 평화적인 해결 의지를 밝힌다면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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