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대출한도(LTV, 담보인정비율)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이 75조7천억원이나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고위험 대출은 만기는 짧아지고, 금리는 높아지는 신용대출의 특성을 보이며 가계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증가시키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상승시킨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팀장은 6일 제4회 신용평가포럼에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LTV초과 대출금액을 추정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다"며 "집값 5% 하락시 초과대출 금액은 32.7조, 20% 하락시는 75.7조원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보고된 은행의 LTV수준은 47.8%(전국 기준)이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반영한 위험조정 LTV는 50.9%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 팀장은 "LTV도 집값 5% 하락시 53.6%에서 20% 하락시 63.7%까지 상승한다"며 "위험조정 LTV의 상승은 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고위험 대출의 증가는 가계의 상환부담을 증가시켜 DTI의 상승도 초래한다.

현재 20.4%인 DTI는 고위험 대출 증가가 완만할 경우 29.8%(집값 20% 하락 가정)로 높아지는데 그치지만, 진행이 빠르면 35%까지 급등한다.

문제는 가계가 여러군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관계 때문에 금융권 전체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팀장은 "소득 정체로 부채 상환에 대응할 수 있는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가계의 다중채무관계는 비은행권에 이어 은행권까지 금융업권 전체로 가계 부채 리스크가 증폭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회사들의 자체 대응능력도 안심할 정도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극단적인 스트레스 환경을 견뎌낼 만큼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연체 채권의 증가가 자기자본을 축소시키면 은행은 현재 8.06%인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주택가격 하락 20%시 최대 5.37%로 하락한다"며 "상호금융(6.36%→2.74%)과 캐피탈(14.09%→9.93%)은 자기자본 저하가 비교적 더 크다"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고위험 대출이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만기도래 주택담보대출의 원활한 차환여건을 조성하고, 만기의 장기화 및 금리상승을 제어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다중채무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소득 등 거시변수의 안정적 관리도 중요한 조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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