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경제지표에 따라 출렁거리다가 다음 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쳤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3bp 높은 2.202%를 보였다. 이번 주 14.5bp 높아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상승한 1.383%에서 움직였다. 한 주간 11.4bp 상승했다. 지난 3월 3일 이후 가장 큰 주간 오름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bp 낮은 2.772%에서 거래됐다. 주간으로 9.4bp 상승했다.

채권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부진으로 상승 출발했다가 물가 상승 우려에 반락했다.

전일 국채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키워 단기물은 내렸지만, 장기물은 오르는 혼조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하비의 경제 피해가 지표에서 확인됐지만, 미시간대 조사에서 소비자 물가 기대가 커진 점이 전일 7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오른 8월 소비자물가와 함께 부진했던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RW 프레스프리치 앤드 코의 래리 밀스타인 헤드는 투자자들이 예전에 무서워했던 것보다 허리케인 '어마'가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단 알게되자 이번주 내내 시장에 '분위기의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미국 소매판매가 건축자재와 전자상거래, 자동차 등의 감소 탓에 시장 예상 밖으로 줄었다.

미 상무부는 8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2% 증가였다.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7월 소매판매는 애초 0.6% 증가가 0.3% 증가로 하향 수정됐다. 자동차를 제외한 7월 소매판매도 0.5% 증가가 0.4% 증가로 수정됐다.

8월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3.2% 늘었다.

상무부는 8월에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이 있었다며 하비의 영향을 받은 기업들로부터 판매가 감소한 수치들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판매 대부분이 부진했지만, 휘발유 판매는 전달보다 2.5% 늘었다. 이는 하비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른 덕분으로 풀이됐다.

8월 자동차 판매는 1.6% 줄었다. 올해 1월 들어 최대 감소 폭이다. 7월에는 전월대비 변화가 없었다. 다만 하비에 의한 침수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앞으로 자동차 구매에 나설 여지는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경제학자는 "소비자 심리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고용시장이 계속 개선되기 때문에 이달 소매판매를 지속적인 하강 추세의 시작으로 보지 않으며 소매 지출이 몇 달 안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웨스트의 스코트 앤더슨 수석 경제학자는 "7월 소매판매가 하향 수정된 것을 보면 소비는 높은 소비 심리와 증시의 사상 최고치에도 2분기처럼 3분기에 활발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미국 산업생산도 허리케인 '하비' 탓에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

연준은 이날 8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9%(계절 조정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6개월간 상승세 이후 첫 하락이며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WSJ 조사치는 0.1% 증가였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5% 늘었다.

연준은 하비로 텍사스 지역의 정유와 원유 채굴 활동 등이 중단되면서 8월 전체생산을 대략 0.75%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2005년 9월 산업생산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로 가파르게 떨어진 바 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8월 제조업생산은 0.3% 떨어졌다. 제조업생산은 지난 6개월간 4번 하락했다.

8월 광산부문 생산은 전월비 0.8% 내렸다. 4개월째 증가세가 멈췄다.

8월 유틸리티는 전월비 5.5% 하락했다. 동부 해안 날씨가 덥지 않으면서 에어컨수요가 작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산업생산의 '슬랙'을 측정하는 지표인 8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0.8%포인트 내린 76.1%였다. 애널리스트들은 76.8%로 전망했다. 장기 평균은 79.9%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산업의 기저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써 산업생산은 앞으로 몇 달간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대니얼 실버 경제학자는 "생산은 허리케인과 연관된 걸림돌이 사라지면 다시 반등할 것이지만 9월에도 허리케인 '어마'가 있었기 때문에 언제 그런 일이 발생할지는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거스포셔 수석 경제학자는 산업생산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부 공장들이 홍수로 폐쇄돼있는 만큼 9월에도 하락할 것 같다며 허리케인 '어마'로 인해 플로리다에서도 생산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내렸지만, 월가 예상을 소폭 웃돌았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9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속보치는 전달의 96.8에서 95.3으로 내렸다. WSJ 조사한 애널리스트 전망치는 95.0이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2.6%에서 2.7%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으며 지난 4개월간 2.6%가 유지된 흐름을 깬 것이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은 전월 2.5%에서 2.6%로 상승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두 개의 허리케인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있다며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틴은 다만 이런 우려들은 10여 년 이상 지속하는 완화적 금융 여건과 소득 증가, 주택과 주식가치 상승 때문에 중화되고 있다며 소비 회복력을 고려하면 최근 상황들은 소비자 자신감을 떨어뜨리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GDP나우'를 통해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2%로 낮췄다. 지난 8월에는 4%였다.

뉴욕 연은의 전망 모형인 '나우캐스팅'도 3분기 GDP 전망치를 2.06%에서 1.34%로 낮췄다. 4분기 예측치도 1.8%로 하향 조정됐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3분기 GDP를 2.6~3%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1분기 1.2% 성장했지만, 2분기에는 3%로 올라섰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유럽과 영국에서 물가 상승세가 커지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것도 미국채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유럽연합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 6월까지 3개월간 임금이 전년 대비 2% 올랐다며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사빈 로텐슐레거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물가 상승률 때문에 ECB가 양적완화 일환인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전일 영국 중앙은행(BOE)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몇 달 안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BOE에서 가장 비둘기 성향으로 평가받는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도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다.

거트잔 빌레흐 위원은 "노동시장의 '슬랙'이 줄고, 임금 압력을 높이고, 가계 지출을 늘리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탄탄하다는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지속한다면, 적절한 금리의 인상 시기가 이르면 몇 달 내에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또 발사하고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다며 다음 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두 번의 허리케인 피해로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심을 더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시장은 이미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대신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내년 몇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모두 점도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점도표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경제학자는 "연준이 오는 12월 13일 FOMC를 열 즈음에는 허리케인 피해로 경제 기저의 성장세가 더 낮아졌는지 분별할 수 있는 더 깨끗한 시계를 가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5.6% 반영했다. 전일에는 46.8%, 한 주 전에는 31%, 한 달 전에는 46.9%였다.

한편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는 21일 오찬을 겸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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