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유럽계 외국은행 3곳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금융위원회는14일 정례회의를 열어 RBS와 골드만삭스, BBVA 3곳의 외은 지점에 대한 폐쇄인가를 의결했다.

3곳의 외은 지점은 지점 폐쇄를 위해 그간의 모든 금융거래를 정리하고, 근무직원과의 퇴직협의를 완료한 상태다.

영국계 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6년 6월 국내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다만 은행과 증권 지점 간 중복비용 절감을 위해 은행지점을 폐쇄한 만큼 증권 지점을 통해 국내 영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다른 영국계 은행인 RBS는 2013년 5월 설립인가를 획득한 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영업기금이 2천741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홍콩과 호주, 태국, 인도 등 아시아 9개 국가와 유럽ㆍ중동지역 21개국 등 총 30개국에서 사업 철수와 축소를 확정한 본사의 지침에 따라 국내 사업을 접게 됐다.

스페인계 은행인 BBVA는 2011년 7월 문을 연 이래 6년 만에 지점 폐쇄를 결정했다.

다만 향후 사무소 신설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련 업무를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유럽계 외은 지점 3곳이 폐쇄를 결정함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은 지점은 기존 43개 은행 50개 지점(17개국)에서 40개 은행 47개 지점(16개국)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지난해 UBS와 바클레이즈도 국내 철수 계획을 발표한 만큼, 올해 하반기 폐쇄 인가를 신청하게 되면 외은 지점의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외은 지점 철수는 본점의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비용 축소의 노력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투자은행업 위주의 유럽계 은행은 글로벌 파생거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자본 부담이 늘어 영국과 미국 외 지역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럽계 은행은 유럽 재정위기로 경쟁은행보다 자본확충이 더디다"며 "파생거래 비중도 커 자본확충 필요 규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지점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철수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이번에 지점 폐쇄를 결정한 RBS는 2014년 26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래 2015년과 2016년 각각 241억 원과 240억 원의 적자를 시현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13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BBVA도 7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과거 외은 지점은 해외 본점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 상품투자로 수익을 올렸지만, 최근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며 수익도 함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유럽계 은행의 철수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럽계 은행 철수는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영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일부 유럽계 은행을 제외하고는 국내 금융시장 진입이 여전히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역금융과 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아시아계 은행의 국내 진입은 지난 2008년 이래 가장 활발한 상황이다.

2015년 중국 광대은행과 인도 SBI은행, 인도네시아 느가라은행이 지점을 설립했는가 하면, 이듬해에는 노던트러스트은행도 지점을 설립해 영업을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외에도 외국계 금융회사의 진입이 이어지는 추세"라며 "일부 유럽계 은행에 국한된 상황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전반적인 현상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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