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황윤정 기자 = 일부 증권사들의 근무 환경이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과도한 근태 체크와 성과 압박 등은 오히려 근무 만족도를 낮춰 업무 성과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본사 구내식당의 점심 배식시간을 종전보다 15분 늦춘 오전 11시 30분으로 조정했다. 그간 관행상 불필요하게 길어졌던 점심시간을 배식시간 조정으로 단축하려는 것이다.

또한, 집중근무시간을 설정해 이 시간 동안 자리 이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루 근무시간 중 가장 집중도가 높은 때를 정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지하에 있던 흡연 공간도 없애 근무시간에 흡연으로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하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금투가 당장 수익이 나는 장사보다는 내실을 갖추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은행 출신 사장이 임명된 후 조직을 다루는 방식도 일부 바뀐 것으로 보인다"며 "로비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도 그러한 업무 시간 관리의 일환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회사 차원에서 출근 시간을 빡빡하게 체크하고 있다. 정시보다 조금만 늦어도 지각 처리되는 등 조직 기강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신성호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 사장의 임기는 이달 초 만료됐으나 후임 인사도 정해지지 않고 하마평조차 없는 상태다.

이런 시도는 앞서 미래에셋대우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합병 이후 아침 시간에 회사 밖으로 나가 커피를 사 마시지 못하게 하는 등 직원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수익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근태 관리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메리츠종금증권 일부 지점은 최근 들어 이른바 '건물 타기'를 시작했다. 이는 영업점 직원들이 근처 가게 등을 방문해 직접 금융상품 판촉에 나서는 것이다. 일종의 방문판매와 유사하다. 이는 일부 성과가 부진한 직원들만 하는 업무다.

이 같은 제도는 앞서 HMC투자증권, 대신증권에서 도입했던 방문판매부서(ODS)와 같다. ODS는 지난 2013년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증권사에서 도입해 만든 조직이다. 해당 회사 노조에서는 이를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성과주의 그림자는 여기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증권사는 모든 리테일 직원의 약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을 두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뒀다. 리테일 직원 약정 금액을 규모 순으로 볼 수 있어 한 달에 챙기는 성과급까지 유추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율성과 창조성이 중요한 금융투자업을 이해하지 못한 지나친 직원 관리는 업무 성과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은행과 같이 타이트한 조직 관리에 직원들 사이에서 '은행 당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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