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인선이 여전히 안갯속에 휩싸여 있다.

재닛 옐런 현 의장이 연임이 불투명한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혔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임명 가능성도 후퇴한 상황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연준 의장 자리를 둔 레이스가 뚜렷한 후보 없이 종반에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후임에 벤 버냉키 전 의장을 임명한 것은 2005년 10월 24일이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버냉키 후임으로 옐런 현 의장을 임명한 것은 2013년 10월 9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향후 1~2개월 내 차기 의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동안 세간에서는 백악관에서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콘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꼽았으나, 콘 위원장이 인종 차별을 용인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쓴소리를 하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옐런 현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전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최근 옐런 의장 연임 가능성을 솔솔 풍겼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이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견제 발언을 한데다 옐런 의장의 연임에 대한 보수 진영의 저항감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아들 부시 정권 시절에 대형 감세에 공헌했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후보로 거론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학자인 두 인사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후보로 예상되는 인사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할 만한 인사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라고 판단했다.

워시 전 이사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출신으로 아들 부시 정권 당시 금융 담당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2006년 35세로 최연소 연준 이사에 임명된 바 있다.

아내인 제인 로더는 미국 고급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손녀이고, 장인인 로널드 로더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오스트리아 대사였다.

신문은 워시 전 이사가 주위를 셀레브리티로 채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야에 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문은 거물급 경제인이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연준 의장이 누가 되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본격 돌입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간부가 충성심을 제일 중요시하는 인사로 채워질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우려했다.

jhm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