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신흥국 채권으로 눈 돌리기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글로벌 채권시장의 큰손들이 저금리 지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17일(미국시간) CNBC가 보도했다.

부실채권에 기웃거리는가 하면 중국이나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채권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는 대다수 선진국 채권시장의 금리가 오랫동안 0%를 소폭 웃돌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려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들이 위험 자산을 더 사들이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밀켄인스티튜트 주최 행사에서 수십조 원에서 수백 조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채권 큰손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어링스의 토머스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채권 대신 다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이뤄지는 시기이므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가 많다"며 "트레일러나 미디어 콘텐츠 등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도 채권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핑크 회장은 강조했다.

채권시장을 등지는 대신 부실한 채권을 사들여 고수익을 내는 투자자도 등장했다.

캐니언파트너스의 조슈아 프리드먼 공동 CEO는 일반적인 상장지수펀드(ETF)나 고금리채권펀드가 손댈 수 없는 투자 자산을 찾아 나선다며 조건이 복잡하거나 부실화된 자산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와 안도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에 젖어선 안 된다"며 "분열과 변화, 불확실성이 있는 영역에 투자하고 외압에 의해 매각되는 자산은 없는지 찾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캐니언파트너스는 올해 초 2년 간의 파산 절차를 종료한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위험 요인 해소에 따른 고수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프리드먼 CEO는 "복잡하고 과중한 부채 부담으로 이 채권이 1달러당 17센트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현재 가격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으로 더 큰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골든트리에셋매니지먼트나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신흥국 채권에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트리의 스티븐 태넌바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르헨티나와 푸에르토리코 채권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최근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바 있지만, 해당 국가의 채권 중에서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해 투자하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태넌바움 CIO는 "아르헨티나 채권이 값싸 보이는데 지방채의 투자 가치는 더 높다"면서 "정부가 상환을 보장해주는 푸에르토리코 소비세금융공사 채권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춰보면 'CCC' 등급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때"라고 분석했다.

GIC의 리우 추 미 채권 담당 CIO는 중국 채권시장에 관심이 많다며 해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이 작지만,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채권 금리가 다른 국가 대비 여전히 높다"면서 "향후 중국 위안화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중국 채권시장은 양질의 위안화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10년 만기 중국 국채 금리는 3.6%로 같은 만기인 미국 국채 금리보다 1.4%포인트가량 높다.

리우 CIO는 "향후 어느 순간에 중국 채권시장은 주류가 될 것"이라며 "전체 시장의 지수가 되고 많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중국 채권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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