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북한의 위협적인 도발에도 서울외환시장의 반응은 점점 더 무덤덤해지고 있다.

반복된 도발에 따른 학습 효과로 달러화 매수세는 제한되는 반면, 일시적인 상승을 매도 기회로 여긴 수출업체 네고 물량은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에 향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기존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면 달러화의 변동성은 커지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연합인포맥스 일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6일(1,136.10원)과 15일(1,136.50원)에 1,130원대 중반에서 상단이 막혔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달러화가 레벨을 높였지만 1,130원대 중반에서 대기하던 수출업체들이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상승폭을 확대하지 못했다.

특히 15일에는 장 초반부터 네고 물량이 활발히 나옴에 따라 1,136원대에서 갭업 출발한 달러화가 1,131원선까지 하락했다.

통화 선물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도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음에도 달러 선물을 오히려 7천 계약 넘게 순매도하며 달러화 하락에 일조했다.

A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북한의 도발 때마다 달러화가 잠시 올랐다 내려오는 것이 반복돼 이제는 반응이 거의 없어졌다"며 "추가 도발이 이어져도 상승폭은 3~4원 정도에 그칠 것이고, 수출업체는 이 타이밍을 매도 찬스로 활용하며 달러화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자외화예금도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오를 때 환전되며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말 대비 19억7천만 달러 줄어든 671억4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에 달러화가 1,140원대 후반까지 오르자 고점 인식 매도 물량이 적극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B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시장은 어떤 이슈가 예상되면 우선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북한의 도발 우려는 상존하면서 달러화 하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막상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달러화가 오를 때 매도 물량이 나와 영향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북한 도발의 영향력이 떨어졌더라도 긴장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 무력완성이 거의 끝나간다는 식의 발언을 한 만큼 더 강력한 도발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을 자극할만한 새로운 도발을 감행할 수 있어 시장이 방심하다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 안심하고 덮어놓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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