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에서 고점 매도 우위의 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달러화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한 채 달러 약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환시 참가자들은 18일 달러-원 환율 하단을 지지할 남은 변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유자산(B/S) 축소, 달러-위안 반등, 북한 리스크에 따른 한국 신용등급 변동 등을 꼽았다.

◇美 연준 보유자산 축소, 내년 금리인상 경로 바꿀 가능성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임박한 점은 달러화 하락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상 최초의 미 연준 보유자산 축소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환시 참가자들은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를 직접적으로 이끌지 않더라도 달러화 숏포지션은 제한할 만한 요인이라고 봤다. 연말에 미국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향후 금리인상 경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올해 큰 흐름은 달러 약세였는데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된 부분은 중립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12월 연말 금리인상 한번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승이 지속된다면 내년 금리 경로가 달라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와 금리인상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달러화는 자산 축소보다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긴축이 큰 스필오버 효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은 보유자산 축소는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할 정도의 심각한 경기후퇴가 아닌 이상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고, 금리인상은 경기가 안좋아지면 조금씩 변화 정도를 조정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두 사안은 긴축이라는 점에서는 방향이 같지만, 한쪽을 세게 쓰면 나머지 한쪽은 약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中 인민은행의 달러-위안 스탠스

달러-위안 환율을 둘러싼 중국 인민은행의 묘한 스탠스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9월 들어 달러-위안 환율은 6.50위안을 밑돌면서 위안화 강세를 반영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기준환율을 6.4997위안까지 내리는 등 절상 고시를 이어갔으나 추가 절상에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과거 위안화 약세 방어를 위한 규제였던 선물환 거래액의 20%를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했던 규정을 철폐했다.

위안화 약세 베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은행들이 위안화를 매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후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하루 만에 6.53위안으로 튀어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인민은행의 위안화 스탠스가 엇갈리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 매수를 이끌 가능성도 있다.

환시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 상승을 이끌 정도로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위안 환율 하락세가 진행되면서 한 번쯤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며 "최근 위안화 강세일 때 달러-원 환율이 심하게 연동된 것은 아니어서 반대로 위안화 환율이 튀어 오른다 해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北 미사일 도발 지속에 韓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은

올해 연말까지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달러 숏플레이를 불편하게 할 요인으로 북한도 빠질 수 없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나설 때마다 달러화에는 반등의 빌미가 된다.

수출업체 네고물량 등에 달러화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

자칫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신용등급에 대한 변동을 불러일으킬 경우 달러화 흐름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환시 참가자들은 현시점에서 북한 리스크가 한국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정부 신용평가 팀장(상무)는 지난 14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 도발에도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 리스크가 없었다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현재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북한 리스크로 달러화가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쏟아진다"며 "북핵실험 이후 달러화 반등폭이 점점 줄고 있어 연말까지 반등다운 반등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도 옅어진 상황에서 달러 매수 요인이 현저히 적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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