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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섭의 법과 금융> 새 아이디어 시험해 볼 '규제 샌드박스' 만들자
    연합인포맥스  |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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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9.18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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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다. 현실적으로 법이 제대로 그 기능을 다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를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러면 특히 금융시장에서 법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일반적으로 규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장참가자가 믿을 방법으로 무엇을 지키고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제공해 시장질서를 유지하는 것' 이 법의 그 첫 번째 역할일 것이다. 이를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라고 표현한다.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의 일반적 이익이라는 가치는 이런 기준을 설정하고 집행하는 기준이 된다.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없거나 흔들리면 시장은 불안해할 것이고 거래는 위축될 것이다.

    문제는 시장의 발전과 법률 변화의 시차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발전의 결과물을 금융에 접목하는 핀테크의 발전에 따라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발전 속도와 규제 및 입법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로 인해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은 그 자체 다양한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법적 위험은 결국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장참가자의 의욕을 사전적으로 위축시키는 위축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가 기존의 규제에 명확히 저촉되는지 여부 그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사업모델 자체를 시도해보지 못하게 된다. 이런 규제에도 이유는 있다. 타당성과 필요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가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특히 그런 상품이나 거래가 많은 위험을 안고 있거나 구조가 복잡할수록, 그 사회경제적 결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실한 답을 사전에 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다. 시장의 발전 속도를 주로 입법과 판결로 만들어지는 법과 규제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새로운 것은 누구에게나 생소하다. 생소한 것에 대한 일차적인 반응은 부정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법을 만들면 현재의 법과 규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특히 그 상품이나 거래방법이 새로우면 새로울수록 규제는 방어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행정부와 사법부 그리고 입법부가 유연하고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그 본연의 기능인 법 해석과 법 적용 그리고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법 해석은 구속력에 한계가 있고 사법부의 기능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 해결수단을 제공하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입법부의 입법활동은 사회적 합의의 도출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행정과 사법 그리고 입법의 이러한 특징적 상황은 어떤 면에서는 그 본래의 기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종래의 법과 규제 아래에서 적극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화해서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거래하기 전에 제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의 시험적인 거래임을 알려주고 역시 제한된 거래조건 아래 이를 연습해보고 상품이나 그에 대한 법과 규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 뒤 이를 평가해 그 아이디어가 타당한지 또는 기존의 법과 규제가 이런 새로운 변화에 여전히 제도적 정당성을 가지는지를 보고 고칠 것은 고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기존의 법과 규제를 고치거나 없앨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런 변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법과 규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규제와 관련해 '시장참가자들이 기존의 규제입법에 명확히 반영돼 있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을 도입하고자 할 경우 보다 완화된 규제환경에서 이를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는 규제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경계를 만들어주고 모래를 담아두는 놀이터인 샌드박스(sandbox)에 비유해 '규제 샌드박스'라고 한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도하는 금융사업자나 비금융 사업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나 기간을 한정해 실증내용과 위험을 설명한 후 참가의 동의를 확인한 후에 일정한 거래를 하게 하고 ▲기존에 적용되던 규제를 일부 적용하지 않으며 ▲시행착오와 가설검증을 기본요소로 하면서 피드백 등을 통한 사후평가결과 규제의 존속 여부이나 개선사항을 판단하는 구조를 말한다. 반드시 금융시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시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

    국가별로 법과 규제의 틀과 이를 적용하는 방법론에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시장참가자들에게 국가나 시장마다 사업하기 어렵거나 편리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시장참가자들의 이런 느낌은 현실적인 것으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법과 규제는 각국의 역사적 발전과 사회경제적 환경을 반영한 것이므로 이 또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인 이유로 시장참가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수도 없게 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금융소비자의 보호를 기본가치로 하는 금융에 대한 법과 규제의 제도적 기능, 그리고 이를 해석, 적용, 발전시키는 행정부와 사법부 그리고 입법부가 가진 본질적 기능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법과 규제 아래에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규제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매우 넓게 정의된 금융업에 대해 역시 매우 넓게 규정된 요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는 엄격한 진입규제와 그러한 금융업자에 대해 금융소비자와의 금융거래에서 다양한 행위 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의 금융규제 체계 아래에서 '시장참가자들이 기존의 규제입법에 명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나 거래방식을 도입하고자 할 경우 보다 완화된 규제환경에서 이를 시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는 규제공간인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제도적 한계를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다. 기존의 법과 규제를 새로운 변화에 맞춰 변화ㆍ발전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 극복할 과제가 있고, 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해보는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이런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규제공간인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주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법과 제도 아래에서 이런 규제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고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규제공간이 작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 現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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