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수준에 실망한 투자자들, 신흥국으로 발길 돌려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신흥국 증시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의 낮은 국채 금리와 신흥국 경제 성장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지연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 등으로 조만간 자금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필리핀 종합 지수는 전일 대비 0.44% 상승한 8,180.85에 장을 마쳐 이틀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앞서 지난 8월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베트남 증시는 올 들어 20% 넘게 올라 지난 14일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 급등은 동남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터키 주식은 올해 들어 40% 가까이 상승했고 브라질 주식은 9월 들어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4개국, 약 840개사로 구성된 MSCI 신흥국 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약 30%로 선진국 지수의 두 배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올해 미국 연준의 두 차례 금리 인상에도 미국 장기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신흥국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고 17일 분석했다.

3월 금리 인상 직전에 2.6%를 기록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현재 2.2% 전후에서 추이하고 있다.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규모 인프라 정비와 감세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과의 금리 차가 축소돼 신흥국 투자 매력이 옅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하지만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들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은 다시 신흥국으로 향했다.

지난 6월 국제금융협회(IIF)는 신흥국 주식 투자를 위한 자금 유입액이 올해 600억 달러에서 내년 1천100억 달러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정책 대신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신흥국 기업의 실적과 정치적 안정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 건설 및 부동산 대기업은 두테르테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정비 계획에 힘입어 올해 1~6월 두 자릿수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전략가는 주요 신흥국 기업의 올해 이익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다만 신흥국 자금 유입이 둔화될 조짐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8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섰다.

SMBC닛코증권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연준이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긴축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다며, 자금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자금 흐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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