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나는 아직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아직도 멀었다. 2020년을 목표로 한 자기자본이익률(ROE) 20%도, 시가총액 20조원도 달성하지 못했고 아시아 넘버원은 요원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이다. 어깨에 힘을 주기엔 시기상조다.

18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 김남구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가 모교를 방문한 건 올해로 15년째다.

금융회사 오너, 미래의 고용인이라는 입장보다는 이 학교를 나온 30년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한 마디 애정을 담아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속칭 '금수저' 중에서도 금수저다. 우리나라 수산물 가공 업계의 독점 기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원그룹이 그의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다.

그런데도 김 부회장은 여전히 백팩을 매고 기업설명회(IR)를 다니며, 해외 출장에서도 이곳저곳 투자할 만한 기업을 물색한다.

김 부회장은 "삶이 편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사실 훨씬 더 어렵고 나조차도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고백했다.

대학 시절 그는 좋은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딱히 공부에 열정은 없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학점은 2점대. 신입사원들이 평점 4점대의 성적표를 들이밀면 깜짝 놀라는 고대 경영대 83학번 선배다.

졸업을 앞둔 1986년 늦은 가을이었다.

아버지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김남구 부회장을 무작정 알래스카로 보냈다.

알래스카행 명태잡이 원양어선에서 그는 5~6개월을 보통 선원들과 똑같이 보내야만 했다.

6시간 취침에 18시간 노동. 바다 앞에서는 학벌도, 집안도 아무것도 차별되지 않았다. 생존이냐 아니냐만이 다를 뿐이었다.

김 부회장은 "육체적, 정신적 한계까지 보는 경험이었다"며 "다른 선원들은 학력이나 이런 거들과 관계없이 참 열심히 사는 것을 봤다"라고 전했다.

"알래스카 바다의 겨울은 태풍 때문에 더욱 추운데, 여기서 이렇게 버티는 선원들을 보면서 세상이 이런 분들 덕분에 유지가 된다는 걸 생각했다"며 "이런 분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의 그런 뱃사람 정신, 줄여서 '뚝심'은 실제 경영 철학에서도 뚝뚝 묻어난다.

동원증권이 덩치가 몇 배나 큰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할 때나,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때, 베트남에서 증권사를 인수할 때에도, 업계에서는 모두 '저게 될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은행은 대부업이 아니냐고 되묻던 김 부회장이 대뜸 가장 트렌디한 카카오와 손을 잡고 인터넷은행을 한다고 했을 때도 의심의 눈은 계속됐다.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한 배를 타면 좀처럼 내리기 쉽지 않다. 배가 한 번 뜨면 배에 탄 사람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같이 가고 있는 선원이 11년 연임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이다.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도 무려 8년이나 한 자리를 지켰다.

김 부회장은 "배가 파도를 도망가려고 하면 배가 뒤집히고, 그 파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정면 돌파하고 넘는 것밖에 없다"며 "어떤 어려움이나 힘든 상황이 와서 스트레스를 받게 돼도 정면 승부를 겨루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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