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속에서 '코리아 패싱'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국민연금(NPS) 패싱'이 화제다.

국민연금 전주 이전에 글로벌 금융사들은 지리적 장벽으로 기금본부를 찾는 것을 망설이고, 국내 운용 인력들은 국민연금에 지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2015년 6월 전주 혁신도시로 이미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은 공사화와 맞물려 계속해서 논란이 됐다.

기금본부가 금융중심지인 서울에서 200km 떨어진 전주로 이사한다는 데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이기진 못했다.

금융시장과의 소통과 효율성을 위해 한국거래소처럼 국민연금이 서울에 거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주에 '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셌다.

우여곡절 끝에 기금본부도 올해 2월부터 전주 시대를 열었지만, 점점 시장과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연금 중역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전주 이전이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를 떠나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방문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전주 기금본부를 방문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 'NPS 패싱'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 기금본부를 한번 방문하면 하루를 다 소비하는데, 그만큼 국내 다른 금융사들을 만날 기회가 줄어 우리나라에 유·무형적으로 손해다"고 덧붙였다.

해외 연기금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어떻게든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사무소도 아니고 기금본부가 사용하는 회의실 한 층을 서울에 만든다는 언론 보도에도 지역 여론이 들끓는다.

국민연금 기금평가 비교 대상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 출장소가 있다. ABP는 지역 균형발전 논리에 탄광 도시 중 하나인 헬렌으로 이사를 했다가 운용파트가 암스테르담에 복귀한 역사가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재 채용에서 NPS 패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금본부의 베테랑 운용역들은 전주 이전 전후로 국민연금을 등졌고, 인재들은 전주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운용 인력들의 생활 터전이 바뀌는 데에 따른 보상이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아직 국민연금 전주 인프라와 운용역 급여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금본부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후배들에게 기금본부를 추천하고는 싶지만, 전주 생활에 대한 고충을 듣고 나서는 섣불리 지원하라고 권유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주 이전이 자산운용업계로 돌아오게 된 계기 중 하나였는데, 기금본부에 있는 과거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직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유능한 인재들을 기금본부로 끌어모으려면 그만큼의 유인이 있어야 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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