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주 사장직을 그대로 유지할지, 폐지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겸임 중인 KB국민은행장을 분리하면 윤 회장이 직접 비은행 강화에 힘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현재 사장직의 역할은 대폭 줄어든다. 다만 사장직 부활 2년 만에 다시 폐지할 경우 권력 집중 논란이 이어지는 등 적잖은 단점이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오는 11월 20일 김옥찬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국민은행장 분리와 함께 연말 지주사 조직개편 방향을 모색 중이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사장직 폐지는 행장 분리와 마찬가지로 이사회와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지주 사장은 지배구조위원회 산하 상시 지배구조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상시 지배구조위는 윤 회장과 최영휘 사외이사가 공동위원장으로 박재하·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인 이홍 부행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행장 분리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한 만큼 굳이 사장직을 둘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사장직을 2년 4개월 만에 부활시키고 김옥찬 당시 SGI서울보증 사장을 지주 사장으로 선임했다.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 같은 비은행 계열사의 중대한 사안을 직접 챙길 책임자가 필요해 사장직을 신설했다는 게 당시 KB금융의 공식입장이었던 만큼 행장을 분리하면 사장 역할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윤 회장이 김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지 않으면서 역할에 제한을 두었던 점도 사장직 폐지 근거가 되고 있다.

사내이사가 지주 경영 전반에 걸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KB금융 사장은 2인자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회장이 행장 역할을 떼어주면 지주 회장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장이 할 일은 더욱 줄어들 게 될 것"이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금융지주 사장직이 거의 다 폐지됐고,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사장직을 부활시킨 지 2년 만에 폐지하기는 부담이 있어 일단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임영록 회장 시절 사장직 폐지가 결국 KB사태 발단이 된 만큼 권력집중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사장직에 외부인사를 앉히기 위한 청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후임 사장까지 내부 출신으로 채울 경우 확실한 외압 차단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KB금융의 경영승계 풀을 확대해 윤 회장 후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윤 회장이 2014년 말 취임 초기 때처럼 당분간 사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두고 조직 안정과 경영쇄신을 이룬 뒤 선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 분리와 함께 연말 KB의 조직개편이 크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윤 회장이 사장직 폐지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의 안정과 효율성, 회장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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