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장기국채 발행 증가를 높이 평가했다. 장기국채가 현지통화표시로 발행될 경우 전반적인 위험 요소들을 줄여주는 것으로 진단됐다.

19일 BIS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국채 잔액은 지난 2007년 5조2천억달러에서 최근 11조7천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흥국이 자산과 부채의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상 최고치 수준의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BIS는 현지통화표시의 장기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공공 재정 부문의 안정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우선 장기국채 발행 급증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잔액 비중이 선진국 대비 우수하게 관리된 것으로 평가했다. 신흥국 국채 잔액이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도 GDP 내 비중은 평균 41%에서 51%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선진국에서는 같은 기간 50%에서 80%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어서 현지통화표시 채권 발행에 따라 통화 불일치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23개 신흥국의 국채 잔액은 작년 말 현재 4조4천억 달러인데, 이 중 14%만이 외화표시채권으로 구성됐다. 지난 2001년 말의 32%에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셈이다.

현지통화표시 채권의 증가에 대해 BIS는 "달러나 유로화 대비 현지 통화의 하락세로 촉발할 수 있는 부채 조달 위기의 위험성을 줄여준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로 롤오버 리스크의 감소가 꼽혔다.

신흥국 국채의 평균 잔존 만기는 지난 10년간 6.5년에서 7.7년으로 증가했다. 선진국 국채의 약 8년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더 오랜 기간 자신의 돈을 묶어두려는 경향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10년간 평균 만기가 두 배가량 늘어나며 선진국 평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진단됐다. 19일 기준 한국 국채(공사채 제외)의 평균 잔존만기는 약 8.3년이다.

BIS는 "신흥국 국채의 평균 만기가 빠르게 증가한 데 따라 일시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가 롤오버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로 고정금리 상품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지급 확실성이 증대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1999년 연말 기준 고정금리상품은 전체 잔액의 60%였으나, 작년 연말 기준으로는 75%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BIS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이 늘어나면서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지급하도록 정부를 묶어뒀다"며 "지불 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신흥국의 물가연동국채 발행도 늘어나는 등 장기국채의 발행이 각국 자본시장의 광범위한 확장과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장기국채의 수익률 곡선(커브)은 회사채 등의 발행에 더욱 좋은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는 게 BIS의 진단이다.

BIS는 그러면서도 신흥국 국채의 잔존만기 증가가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과 함께 과거보다 채권의 시장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 속에 롤오버 리스크를 비롯한 기타 부정적인 피드백 메커니즘이 잠재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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