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FX) 스와프 시장이 시끄럽다. 북한 리스크를 우려한 일부 외국계은행 서울지점들이 원화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하면서다.

외은 서울지점들은 본사의 원화 리스크 축소 방침에 따라 달러를 공급하지 않고 있는데, 특히 달러를 주지 않는 상대방을 로컬 은행으로 한정한 탓에 상호간 불신도 커지고 있다.

외은 간 정상적 거래는 유지하면서도, 로컬 은행과 거래를 하지 않는 근본 배경에 한반도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깔렸기 때문에 FX스와프 시장 혼란을 바라보는 시장참가자들의 시선도 불편해지고 있다.

아직은 가격과 거래량을 비롯해 FX스와프 시장 본연의 기능인 달러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도 사실상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은은 소극적이나마 로컬 은행과 거래를 재개했다.

하지만, 거래에 큰 불편을 느끼는 일부 로컬 딜러들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어떤 형태로든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 유럽계 외은 지점 3곳을 중심으로 FX스와프 거래에서 로컬 은행 배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FX스와프 거래는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장외 거래다. 외은은 로컬 은행에 일정 기간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는 셀앤드바이(sell & buy, 비드) 거래를 주로 해왔다.

로컬 은행의 바이앤드셀(buy & sell, 오퍼)과 외은의 셀앤드바이가 만나 거래되는 것이 전형적인 거래 방식이었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이 거세지면서 본점 차원의 정책으로 외은 지점들이 셀앤드바이 거래를 로컬 은행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벌어졌다.

특히 유럽계 은행은 원화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줄였다. 원화 포지션을 100% 제거하기 위해 본점에서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수시로 접촉하기도 했다.

FX스와프 시장뿐만 아니라 통화스와프(CRS) 시장에 나타나, 비드호가(매수)와 오퍼호가(매도)를 2bp 역전시키는 일도 있었다.

로컬 은행 입장에서는 시장 가격에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고 싶어도,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했다.

비드와 오퍼 가격이 맞아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가 체결될 수 없는 초이스 상태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변동증거금(VM) 신용보강부속서(CSA) 문제도 맞물렸다.

로컬 은행의 한 베테랑 FX스와프 딜러는 "대부분 외은들이 한쪽 사이드만 거래를 하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 의미가 사라진다"며 "외은과 로컬이 편을 가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예를 들어 달러-원 환율이 현재 1,130원임에도 1,131원에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시장 가격이 진짜 가격이 아니다"며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로컬 은행 스와프딜러는 "예전에는 영·미계 은행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조금 소극적이었다가도 다시 복귀하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로컬과 거래를 못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더라도, 외은이 한국 익스포저를 줄인다는 자체만으로 다른 금융시장의 전이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거래량과 가격,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어도 시간이 흘러 이런 상황이 굳어지면 문제가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은들의 로컬 배제 현상은 점차 희석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원화 포지션 축소에 적극적이었던 유럽계 외은이 전일 로컬 은행과 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유럽계 외은의 셀앤드바이 한도가 살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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