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FX(외환) 스와프시장에 참여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 리스크가 자칫 군사적 충돌 양상으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은 서울지점의 고위관계자는 20일 "달러 바이앤드셀(buy & sell, 오퍼)은 하지만 셀앤드바이(sell & buy, 비드)를 국내은행과 하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의 조치"라며 "북한 리스크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 만기 때 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도발로 전쟁이나 준전시 상황이 도래할 경우 국내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고, 서울환시가 열리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먼브러더스의 도산으로 금융위기를 한파를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에 과민반응을 보여온 외은의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얘기다.

특히 국내 은행이 아닌 외은을 카운터파티(거래상대방)로 삼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외은지점 관계자는 "외은들은 지난 8월 중순 이후부터 북한과의 전쟁 리스크에 예민해져있다"며 "국내 은행에 달러를 줬는데 만기 이전에 못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리스크가 없는 외은끼리 거래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재정거래도 나타나고 있다고 추정했다.

다른 외은관계자는 "일부 리스크 관리가 덜한 외은은 국내 은행과의 거래와 외은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리먼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외은들은 스와프 포지션 자체를 별로 가져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9월부터 적용된 변동증거금(VM) 신용보강부속서(CSA) 역시 외은 입장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조치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가면 바이 포지션에 대해 증거금을 받아야 하는데 변동증거금도 원화로 들어온다"며 "외은은 원화로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외은의 국내 은행 기피 성향은 북한 리스크가 눈에 띄게 해소되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딜러들은 입을 모았다.

한 외은 딜러는 "현재 북한 리스크에 대한 반응은 크레디트(신용)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다"며 "아무리 유동성이 좋다 하더라도 북한 리스크로 한국에 대한 크레디트가 나빠지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돼 외은이 신뢰를 갖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외환당국이 유동성을 보장해주겠다는 신뢰를 지속해서 주거나,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의 도발이 하루 속히 해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