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금융감독원이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에 징계를 내리거나 반대로 과태료를 임의로 감경하는 등 고무줄 제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일 공개한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에서 이런 행태를 지적하면서 금융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징계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과태료 면제 등에 관련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우선 법적 근거가 없이 시행되고 있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실태를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2016년 기간 금감원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사기 등 형법이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분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금융회사 직원 39명을 징계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경우' 등 은행법상 포괄규정이나 회사 내부의 통제기준 등을 제재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감사원은 금융회사 직원이 금융과 무관한 형법 등을 위반한 경우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불명확한 데도 이들을 징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은행법에는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건전한 운영을 크게 저해하는 법 위반행위의 정도나 수준이 유형화ㆍ구체화돼 있지 않다"며 "위 규정만을 근거로 제재할 경우 금감원의 제재권한 남용 및 피 조치자의 예측 가능성 침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금감원은 은행 등의 임직원이 형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개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이나 은행법상의 제재조항 등에 근거해 제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행정상 제재 필요성이 있다면 금융업 관련법에 구체적이고 적절한 근거를 마련한 후 그에 따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상호금융조합(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임직원에 대해서는 '신용협동조합법'의 준용 규정에 따라 제재하고 있지만, 기관에 대한 제재는 준용 규정이 없어 대출 부당취급 등에 대한 기관제재가 불가능 상황도 시정 대상으로 지적됐다.

금감원이 제재 대상자에게 정확한 양형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금감원은 검사서에 처분사유에 해당하는 법령 등만 기재할 뿐 제재 양정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아 대상자가 어떠한 이유로 해당 제재를 부과받게 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양정 근거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으면서 제재심의위원회 등 심의 과정에서 같은 이유로 중복으로 감경되는 경우도 최근 3년간 52건이나 발생했다.

감사원은 제재 감경 사유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감경 등의 일관성이 결여된 점도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제재규정 및 제재규정 시행세칙에 금융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의 감경사유를 '위법ㆍ부당행위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위법ㆍ부당행위의 정도가 상당히 경미한 경우' 등 추상적으로 규정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제재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형평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실제 유사한 규모의 특별이익 제공행위를 한 보험사가 한 곳은 기관 주의를 받았지만 다른 회사는 기간경고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저하 등을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과태료를 면제하거나 감경해준 사례도 적발됐다.

질서위반 행위에 대한 규제인 과태료 부과는 행정청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는 '제재규정'에 관련 법규상 근거가 없는 과태료 면제사유를 규정했고, 금감원이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총 62건의 과태료를 면제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또 상호저축은행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이 상호저축은행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데도, 이에 따를 경우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로 다른 내용의 '상호저축은행 과징금 제도 운영방안'을 마련해 운영했다. 총 15건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행령 기준과 다르게 과징금을 감경하거나 면제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 "법령상 근거가 없는 제재규정의 과태료 면제사유를 삭제하거나 필요하면 관련법에 근거를 마련하라"고 통보하면서 금융감독원장에게는 "명확한 근거나 권한 없이 금융기관을 제재하거나 과태료·과징금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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