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2014년 변호사 채용비리로 최근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또 다시 광범위한 채용비리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인사 최고 책임자인 수석부원장부터 담당 국장과 실무자까지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

채용비리 외에도 임직원 다수의 미신고 주식투자, 조직·예산의 방만한 운영 등을 각종 부당·부정행위가 대거 적발되면서 면직·정직 등 중징계를 포함한 감사원의 문책 요구 대상자만 수십 명에 달했다.

감사원은 올해 3~4월 금감원을 대상으로 인사·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사업을 점검한 결과 총 52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문책 요구(8명), 수사 의뢰(28명), 인사자료 통보(3명) 등 실제 중징계 대상자만 39명이다.

우선 금감원은 지난해 5급 신입 일반직 채용 당시 금감원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 인원을 고무줄처럼 늘리거나 줄이고, 자격없는 지원자를 특별전형으로 채용하는 등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했다.

금감원 채용 담당 A 국장은 지인으로부터 합격 여부를 문의받은 지원자가 채용의 2배수로 압축하는 필기전형에 탈락한 것으로 확인되자 당초 53명이었던 채용 예정 인원을 56명으로 늘리도록 B 팀장에게 지시했다. 자연스럽게 이 지원자는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A 국장은 2차 면접에서는 채용 예정 인원을 다시 53명으로 줄여 최종 합격자를 선정했으며, 2차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특정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A 국장과 B 팀장은 또 무자격 지원자를 지방 인재로 채용했다. 한 지원자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원서에 '대전 소재 대학 졸업'으로 기재했지만 A 국장과 B 팀장은 거짓 지원서를 알고도 묵인했다.

2차 면접에서는 계획에 없던 세평 조회 전형을 신설해 특정 지원자를 의도적으로 합격 또는 탈락시킨 정황도 나타났다. 당초 2차 면접 합격자는 필기(50%)·면접(50%)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순으로 정하도록 돼 있지만 '세평을 조회하자'는 A 국장의 요청을 수석이 받아들였다. 결국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고득점자 3명이 탈락했다.

작년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40명을 채용과정에서는 금감원 출신 지원자들에 무더기로 특혜를 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A 국장은 불합격 대상인 금감원 출신 지원자들의 경력 점수를 올려주거나 인성검사 결과가 낮은 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인사담당 직원들은 근무성적·평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 5명의 점수를 올리고 대신 합격권 지원자 5명을 불합격자로 감점했다.

감사원은 A 국장은 면직, B 팀장 등 2명은 정직, 다른 직원 2명에 대해서는 문책(경징계 이상)을 금감원장에게 요구했다. 또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자에게 인사자료 활용을 통보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주식투자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5년간 기업정보 업무를 수행한 임직원 138명을 점검한 결과 ▲타인 계좌로 금융투자상품 거래(2명) ▲거래 내용을 미신고(4명) ▲계좌만 신고했을 뿐 매매 내역 미통지(12명) ▲비상장주식 미신고(32명) 등이 만연했다.

감사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직원에 적절한 조치를 하고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직원 23명에 대해 자체적으로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조직·예산의 방만한 운영 실태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의 수입 예산은 작년 3천256억 원에서 올해 3천666억 원으로 1년 새 무려 12.6%(410억 원) 증가하는 등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예산 급증은 상위 직급 또는 직위가 지나치게 많거나 불필요한 해외 사무소를 확대하고 인건비·복리성 경비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력 운영 측면에서 올해 3월 기준 45.2%의 직원이 1~3급(전체 1~6급)이었으며 20.6% 직원이 직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팀 수는 292개로 팀원은 평균 3.9명(팀장 제외)이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관리직 비율 9%, 평균 팀원 15명'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결과다.

금감원 8개 해외 사무소 업무실적은 인터넷 등으로 국내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 "금감원 감독분담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통제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며 금감원장에게는 "상위직급 감축, 부서 통폐합, 해외 사무소 전면 정비·폐지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 밖에 감사원은 금감원의 검사·제제 분야와 관련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불명확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고 명분 없는 과태료·과징금 면제·감경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와 관련 불완전판매 추정 보험 계약자의 권익 보호 방안, 탈법적인 신용카드사의 질병정보 수집 금지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통보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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