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금융투자업계가 하반기 기업공개(IPO)에 주력하는 가운데, 발행사에 따라 흥행 여부는 엇갈렸다. 공모 청약 참패로 실권주 부담을 지게 된 증권사도 늘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상장한 선익시스템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며 실권주를 인수한 대신증권은 13억6천만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 기업의 청약 과정에서 의무 보유 기간을 확약한 기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선익시스템은 플렉서블 OLED 증착장비 업체이다. 이달 초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수요예측에서는 7.87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들의 수요예측 신청 물량도 대부분 공모가 하단에 포진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7천원에서 4만4천원 사이였고, 결국 공모가는 3만7천원으로 결정됐다.

이후 지난주 11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공모 청약에서도 부진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경쟁률은 0.73대 1에 그쳐 미달이 났고, 미매각 물량을 상장주관사인 대신증권이 떠안게 됐다.

당초 대신증권은 실권주 발생을 줄이기 위해 공모 규모를 종전 700억원 수준에서 555억원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공모주 청약 물량 완판에 실패하며 대신증권은 18만7천693주, 69억4천만원의 실권주를 인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공모 규모를 줄이거나 기관에 읍소하면서라도 실권주가 대거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며 "그러나 공모 규모를 줄이면 자금 조달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아 발행사에 큰 손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도 일부 증권사가 실권주로 고생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펄어비스의 공모 청약 미달로 대규모 미매각 물량이 발생할 위기였다. 우여곡절 끝에 기관이 미매각 물량을 인수하면서 실권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올해 중국기업 컬러레이의 상장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실권주 128만주를 인수했다. 신한금투는 주가 안정을 위해 인수 물량을 상장 후 한 달간 자진 보호예수 하기로 했다.

신한금투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고 블록딜 형태로 컬러레이 지분을 기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상장 이후 줄곧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처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관계자는 "실권주를 떠안는 것은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며 "주가가 인수 가격을 밑돌면 처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평가손실도 점점 커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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