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 가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수출업체들이 위안화 절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이달러 보유 전략을 추구하면서시중 유동성을 관리하는 인민은행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저장 성의 한 여성은 WSJ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가 계속되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위안화 강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라며 "중국 경제가 더는 빠른 속도로 확장세를 보이지 않고, 미국은 또다시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해 5.4%가량 올라 작년 절하율 6.6%를 대부분 되돌렸다.

중국인들이 달러를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중국 개인이나 기업이 상업은행을 통해 인민은행에 매도한 외환 규모가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의 외환 포지션은 8월 기준 21조5천100억 위안으로 감소했다. 3년 전 고점일 당시에는 27조3천억 위안이었다.

문제는 기업들과 개인들이 달러 보유를 늘리면서 역내 통화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UOB의 텐 킨 수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외환포지션 축소는 분명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중요한 부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시중 유동성 축소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당국이 기업과 개인의 자본유출을 억제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업과 개인의 자본유출이 지속하는 점도 시중의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다.

유동성 축소는 인민은행의 통화공급량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올해 금융시장 위험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도구를 활용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해오고 있다.

은행권의 레버리지를 축소하면서도 유동성이 부족할 땐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등을 이용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금리나 지급준비율 등을 활용할 경우 자칫 시중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인민은행이 역RP 등 대출 창구를 활용하는 방식은 중앙은행에 유연성을 확대해주지만,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역RP 금리 등 시중의 단기 금리는 변동성이 높다는 점이다.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중국의 단기 금리가 지난 1월 초에는 2.4%였다가 지난 3월 말에는 27개 월래 최고치인 5%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3%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 외환 매입에서 발생한 유동성에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단기 대출이나 중기 대출은 기업들이 대출에 나설 때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실물 경제에 고스란히 비용이 전가된다.

화창증권의 지링하오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에서 나오는 돈은 더는 싸지 않다"라며 "이는 이미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차입금리 상승으로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순 채권차입 규모는 올해 마이너스 327억 위안으로 하락했다. 이는 신규 발행보다 만기 도래하는 채권 규모가 더 크다는 얘기로 기업들이 차입 비용 상승으로 신규 차입을 꺼리면서 나타나는 형상이다.

작년 같은 기간 기업들의 순 채권차입 규모는 2조8천200억 위안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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