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대로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자산을 10월부터 축소키로 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연준은 2015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4회에 걸쳐 기준 금리를 올리며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데 이어 보유 자산마저 줄이기로 하면서 돈줄 죄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막대하게 풀렸던 유동성이 흡수되기 시작하면, 이를 토대로 경기 회복을 이뤄냈던 세계 경제도 차츰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북한 리스크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또 다른 대외 불확실성이 추가된 셈이다.

수출 증가세 둔화 우려, 부동산 시장 위축 가능성, 고용 불안, 자동차업계 파업 등 경기 하방 요인 등도 많아 하반기 우리 경제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연준의 자산 축소가 1차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이탈하거나 원화 가치가 빠르게 내려설 가능성도 낮아, 금융시장 변동성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 자체는 낮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기준 금리 인상과 더불어 보유 자산 축소를 통한 중장기적인 금리 인상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염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1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연준 자산축소 결정은) 월별 자산축소 규모가 크지 않아 급격한 금리 상승 가능성은 낮다"며 "시장에서는 예상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밤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0~1.25%로 동결하고, 내달부터 월 100억 달러 규모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고 결정했다. 자산축소 규모는 3개월마다 100억 달러 단위로 증액돼, 최종적으로 월 500억 달러씩 감소할 계획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산 축소가 금리 인상에 비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5월 나온 캔자스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보고서는 연준이 2년 동안 보유자산을 6천750억 달러 줄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산 축소는 예고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격 변수에 영향이 없고, 장기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도 작다"며 "아울러 유동성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의 경우에는 내달 26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세부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 테이퍼링은 내년 상반기, 이를 넘어서는 금리 인상 또는 자산 매입 중단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점도표를 통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고, 한·미 금리역전 언급이 나오면 시중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가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좋은 상황도 아니고, 가계부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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