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SK하이닉스가 결국 도시바메모리를 품에 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한미일연합의 일원으로 도시바메모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도시바의 낸드사업 합작사인 웨스턴디지털의 반대와 핵심 반도체 기술의 국외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 때문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절차는 3개월간 표류했다.

일단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처럼 매각 표류의 원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함에 따라 본계약 성사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각국의 반독점 심시와 웨스턴디지털의 지속적인 매각 반대가 여전히 순조로운 매각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미일연합이 제시한 최종 인수가는 2조4천억엔(약 24조6천억원)으로 3개월여 전에 제안한 2조엔보다 4천억엔이 늘었다.

딜의 규모가 상당할 뿐 아니라 반도체 기술의 국외이전 가능성이 열려 있어 이러한 M&A(인수합병)에 대한 반독점 심사는 다양한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향후 매각이 성사되려면 6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도시바는 막대한 부채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인수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모회사 도시바 다음으로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많이 보유할 것으로 보이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외국기업'에 '제한적인' 수의 도시바메모리 주식을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베인캐피털은 이 외국기업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SK하이닉스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도시바메모리에 얼마나 관여하는지가 반독점 당국이 가장 눈여겨보는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도 걸림돌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낸드합작사로 도시바메모리 매각의 우선권을 갖고 있고, 매각을 반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와의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다만 베인캐피털은 웨스턴디지털 문제가 해소되지 않더라도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3개의 낸드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어 이 3곳의 합작사는 도시마메모리 매각에도 베인캐피털 쪽으로 이전되지 않고 이에 따라 인수가격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작사의 가치는 도시바메모리의 5%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도시바가 한미일연합에 도시바메모리 매각기로 했다는 소식에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 "본계약이 체결돼야 인수전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것을 지켜본 상황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매각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의 인수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애플을 끌어들이고, SK하이닉스가 지분인수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도시바메모리의 낸드 기술 등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낸드사업에 날개가 달린 것만은 확실해졌다.

낸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삼성전자(38.3%)와 도시바(16.1%), 웨스턴디지털(15.8%), 마이크론(11.6%)에 이은 5위 사업자이다.

도시바의 점유율이 모두 SK하이닉스의 몫으로 바로 귀속되지는 않겠지만, 점점 시너지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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