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유자산 축소 결정과 추가 금리인상 예고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미 연준은 20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4조5천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을 다음달부터 100억달러씩 줄여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금리인상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위한 중요한 변수로 자리를 굳혔다.

이주열 총재는 21일 아침 출근길에 중구 한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금리인상과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에 대해 "내외 금리차가 고려요인이 되기는 하나 금리차만 갖고 (통화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 경기가 제일 중요하고, 북한리스크도 있어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기준금리를 14개월째 연 1.25%에서 동결해왔다.

그럼에도 통화정책 여건이 미국을 중심으로 서서히 바뀌면서 한은도 첫 금리인상을 위한 시동을 걸어둔 상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저금리 유지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도 이미 분석해 놓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미 FOMC가 연말에 연 1.00~1.25%에서 25bp올리면 한·미 금리는 역전된다. 이는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수차례 시사해온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명분이 된다.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은 별로 우려하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리차 만으로 투자금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리인상의 걸림돌로 인식되던 지정학적 리스크는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강경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은 연말까지 10월, 11월 두차례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통위를 남겨놓고 있다.

두차례의 금통위를 거치는 동안 금리인상 시점을 잡으려면 견조한 경기 흐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한은은 오는 10월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가 2% 목표레벨을 향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지, 연 2.8% 수준의 견조한 경제성장률이 달성될지 여부 등을 확인하면서 금리인상 여건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다면 금리인상 결정은 그리 무리한 결정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GDP갭 마이너스가 점차 해소국면을 보이는 점은 추가적인 금리인상 명분이 될 수 있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지난 8월 의사록에서 GDP갭 플러스 전환과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한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2.8% 성장이 실현될 경우 우리 경제가 최근 3년 연속 2.8%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GDP 갭이 제로(0)에 근사한 상태로 봐야 한다"며 "최근 소비자물가가 2%에 근접하고 있는 점은 분명히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연내에 금리인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 금리역전에도 한은이 금리인상에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보다 국내 정책 변화, 자산시장 억제, 유동성 억제 보완차원에서 내년 1분기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그때까지 북핵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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