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강수지 기자 =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2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산축소를 시작하기로 하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데 대해 시장의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9월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다음 달부터 매달 100억 달러의 자산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축소액은 점진적으로 늘려 1년 뒤에는 매달 500억 달러 정도씩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FOMC가 자산축소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미국 채권금리는 상승했다.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3.71bp 오른 1.4423%,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2.39bp 오른 2.2722%를 나타냈다.

국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자산축소에 대해서는 예상했지만, 금리 인상 경로를 유지한 점은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56.6%에서 70.5%로 높아졌다.

증권사 채권운용 관계자는 "자산축소는 시장 참가자들이 이미 예상한 부분이었다"며 "올해 미국이 1회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연말에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국내 금리도 내년 2분기에는 인상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국내 크레디트 시장이 부진한데 연말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팍팍해질 것"이라며 "어제 시장에서 1년 부근의 단기물만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었는데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선물사의 한 관계자는 "허리케인 피해를 일시적이라고 진단한 점과 장기금리 전망치를 낮추면서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큰 틀에서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률 전망은 높이고 핵심 물가는 낮추는 등 물가목표 2% 달성 시기도 늦췄지만, 금리 인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연준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고 예상대로 꿋꿋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연준의 자산축소 영향이 주택시장 등에 어떻게 나타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은행 채권운용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며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났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데 매입 중단으로 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당장의 매입 중단 효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장기금리 전망치를 낮추면서 속도 조절은 어느 정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미국이 연말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미국 채권시장은 70% 이상 반영하고 있다"며 "미국이 올린다면 국내도 내년 2분기에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북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중요해졌다"며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고 도발을 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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