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JP모건 등 대형은행들이수혜를 대상이라고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은행권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이 미치겠지만, 초과지급준비금 축소로 은행들이 다른 양질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장기 금리가 상승한다는 점도 이점으로 부각됐다.

연준은 이날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고 시장이 예상한 대로 자산축소 계획을 공식화했다.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는 매월 미국 국채를 최대 60억달러, 주택담보부채권(MBS)은 40억달러까지 재투자를 중단하며 이후 2018년 10월까지는 3개월에 한 번씩 축소 한도를 늘리는 게 연준의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매월 국채를 300억달러, MBS는 200억달러까지 축소 한도는 늘어나게 된다.

WSJ은 연준의 계획대로 자산축소가 진행되면 장기 금리는 다소 상승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은 가파르게 기울어지고 은행 수익성은 개선되리라 전망했다.

WSJ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자산을 활발히 매입하면서 미국 외 지역의 장기 금리를 묶어두고 있어 연준의 자산축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의 자산축소가 특히 은행에 중요한 이유는 은행이 맡긴 지급준비금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은행 채권을 매입할 때 사용한 돈은 은행이 연준에 맡겨둔 지급준비금을 바탕으로 새롭게 찍은 것이다. 은행이 맡긴 이 준비금은 연준이 매입한 새로운 자산에 대응해 대차대조표상에서 부채로 잡힌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들이 연준에 맡긴 총 지급준비금은 양적완화 시기에 급증해 2조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95%인 2조2천억달러가 초과지급준비금 상태다.

WSJ은 "이제 연준이 만기를 맞은 자산의 원리금을 재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부채도 대차대조표에서 줄어야 한다"며 "이는 은행이 예치한 초과지급준비금도 줄기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연준의 지급준비금이 "양질의 유동성 자산"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이는 은행에 중요한 문제다.

은행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단기 자금유출을 메울 수 있도록 총 30일분의 양질 유동성 자산을 비축해둬야 한다.연준의 지급준비금이 줄어들면 은행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미국 국채나 MBS 같은 다른 유동성 자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이 같은 상황은 은행에 악재로 보일 수 있다. 그동안 은행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된 자금은 다시 연준에 지급준비금 형태로 예치되고 은행은 연 1.25%의 이자를 얻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결국, 연준이 자산을 축소하면 은행은 연 1.25%의 수익을 잃고 국채나 MBS 등 다른 양질 유동성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WSJ은 국채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이 1.25%의 이자를 웃돌게 될 것이라며 일부 은행은 이 과정에서 수익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의 스티븐 츄박 연구원은 "최대 수혜자는 JP모건으로 2018년 주당순이익이 4%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미국의 6대 대형은행은 양질의 유동성 자산을 2조1천억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8천억달러가 초과지급준비금 형태로 연준에 예치된 상태다.

WSJ은 은행들은 현재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 이상의 유동성 자산을 비축하고 있어 충격이 즉각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파는 상당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지난 몇 년간 양적완화는 증시와 채권시장을 떠받쳐왔지만, 은행들은 복잡한 심경이었다"며 "연준이 자산축소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마침내 웃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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