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도이체방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자산축소가 다음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미국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위대한 중앙은행의 되돌림(great central bank unwind)'으로 지칭하며 금융위기를 야기할 여러 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 전략가는 '다음 금융위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 부양책을 거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런 사실은 다음 금융위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커진 부채 부담 때문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내 금리를 끌어내렸다"며 "그 결과 주요 7개국(G7)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치솟았고 금리는 바닥을 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채와 금리,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금융위기의 발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레이드 전략가의 견해다.

그는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을 회수하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면서 "많은 자산 가격이 높아진 점을 감안했을 때 연준의 자산축소는 상당한 규모의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드 전략가는 "자산축소 움직임이 정체되고 경제 성장세가 예기치 않게 약화하더라도 전례 없는 글로벌 경제 여건은 변하지 않는다"며 "선천적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여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4조5천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대차대조표를 축소해도 금융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레이드 전략가는 과연 투자자들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데 그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 지속하자 익숙해진 나머지 현재 상황을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주요 4개국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10조 달러 이상 불어나 14조 달러가 된 것은 결코 정상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2008년 이후 미국과 영국, 일본, 유로존 정부의 재정 적자 규모까지 합하면 34조 달러가 시중에 풀렸다고 레이드 전략가는 추산했다.

그는 "그런데도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낮고 자산 가격만 치솟았다"며 "전례 없는 상황에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 어떤 악재가 터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유동성을 회수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회의론자들이 있다며 양적 완화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떨어졌는데 왜 완화 조치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레이드 전략가는 연준의 자산축소 외에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과 중국 위기, 포퓰리즘의 득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도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보유 자산 규모 추이 ※출처: 마켓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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