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신용카드사들이 모처럼 금융당국에서 규제 완화 '당근'을 받으면서 신사업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카드사들은 다만 당국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금융수장 취임 초기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이 담보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신사업 관련 규제를 꼭 필요한 부분만 제어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놓고도 유권해석이나 승인 절차 등에서 보수적인 스탠스를 지속하면서 제동을 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카드사 사장 만난 최종구…규제 완화 선물 보따리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사가 그동안 요청해왔던 규제 완화 방안을 대거 수용한 '신사업 진출 및 영업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이달 초 최종구 위원장이 카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한 이후 각 카드사가 요청한 사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밴(VAN)사를 경유하지 않는 카드결제 프로세스 도입, 앱 카드를 이용한 더치페이 결제 방식 허용,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지급보증을 통한 해외 거주자 카드발급 원활화, 화물운송 대금 카드결제 활성화, 가맹점 카드정보를 타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것 등 6개의 신사업 관련 제약이 풀렸다.

카드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중 더치페이 결제 서비스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의 이번 규제 완화는 일종의 반대급부 성격도 짙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영세 및 중소가맹점 지원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이 잇달아 추진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내년에도 영세 및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낮추는 것을 비롯해 신규 가맹점 수수료 환급 등의 정책도 도입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향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반대급부로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일회성 이벤트 아니길…당국 변화 기대

카드사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신사업분야에서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2015년 카드사의 부수 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전향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는 금융당국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강조한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선 금융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당국의 유권해석이나 승인 절차 등에서 신사업 추진이 제약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이번에 허용된 사업 중 일부도 최근까지 금융위가 허용하지 않던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해외 거주자의 현지 카드발급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 카드사의 해외금융사에 대한 지급보증 업무를 카드사가 할 수 있는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을 추진하던 카드사는 이를 보류했어야 했다.

또 밴사를 거치지 않는 지급재가 시스템 관련해서도 하나로마트와 금융결제원이 지난해 추진했던 직승인 시스템에 대해 리베이트 우회 수수 여지가 있다면서 불허했다.

이번에는 대형가맹점에 대해 비용절감분을 초과한 과도한 수수료 인하 등이 없다면 밴사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결제 방식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제반 여건의 변화가 없는 데도, 해당 사업이 이번에 허용된 것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실제 행동은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대한 일회성 반대급부이거나 최 위원장 취임 초기의 이벤트성 행동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카드업계의 신사업 추진 및 비용절감 등에 도움이 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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