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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돈은 어디서 오나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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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9.22  08: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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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부터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한다고 한다.

    미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4조5천억달러(약 5천78조원)에 달하는 보유자산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2009년 3월부터 약 9년간 자산을 늘려오던 연준이 이를 줄이겠다고 하자 달러는 강세로 돌아서고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통화는 약세 흐름을 보였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연준의 재채기에 우리 금융시장이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연준은 자산(돈)을 어떻게 줄인다는 말일까. 돈은 조폐공사가 찍어야 나온다. 물리적 돈의 의미에서 보면 그렇다. 조폐공사에서 돈을 안 찍으면 자연스레 돈이 줄어드는 것일까. 어린 아이들뿐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하는 어른들조차 돈이 도는 원리를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돈이 도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시중에 돈이 풀리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가를 알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조폐공사에 의뢰해 100원을 찍었다고 가정하자. 이 돈이 중앙은행 금고에서 나가 풀리면 시중에 있는 돈은 100원이다.

    A씨가 열심히 일해 시중에 풀린 100원을 수입으로 가져가고, A씨가 이 돈을 집 금고에 넣어두면 시중에 풀린 돈은 100원에 그친다. A씨가 이 돈을 은행에 예금하는 순간 돈은 마법을 부리기 시작한다. 은행은 A씨가 저금한 100원을 B 씨에게 90원 대출해 준다. 그렇지만 A 씨 통장에는 100원이 그대로 찍혀 남아있다. 이제 A씨가 100원을 인출하면 시중에 도는 돈은 190원이 된다. 100원이 190원으로 늘어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뜬금없이 생겨난 돈 90원을 경제학에서는 '신용통화'라 부르고 이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한다. 어떠한 수학 방정식을 대입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정부와 은행 간 약속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받으면 이 중 90%는 대출해줘도 괜찮다고 정부가 용인해줬다는 얘기다. 그나마 10%를 남겨두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급 준비율 때문이다. 지급 준비율 10%는 300년 전 잉글랜드 금세공업자가 고객들로부터 금을 보관하고 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금고에 남겨 두던 비율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연준이 발표한 자산 축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위에서 말한 은행 시스템을 이용해 돈을 푸는 방식과 반대로 하면 된다.

    연준은 매달 60억달러는 국채에서, 40억달러는 주택저당채권(MBS)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재투자를 중단해 자산 축소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시중에 추가로 돈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러면 은행은 시중에 유동성을 늘리는 마법을 부리기가 예전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연준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줄여 보겠다 하고 금리 인상 카드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제 우리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은 유동성이 풀렸던 과거 9년 동안과는 다른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금융당국과 외환 당국은 물론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글로벌 유동성 여건에 민감한 우리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힘써야겠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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