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순방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하는 가운데, 대통령의 한국경제설명회(IR) 뒷이야기가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상 중 처음으로 IR를 직접 주관하며 직접 투자자들의 질문에 즉석 대답을 내놓는 등 열의를 보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월가 인맥과 재치있는 언변도 이번 IR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했다.

◇文 대통령 월가 거물과 직접 문답…슈워츠만 "韓 투자 확대"

문 대통령은 이번 IR를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주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초 뉴욕에서 IR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모두 발언만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소수의 월가 핵심 인사들과의 사전환담과 IR 본행사 모두를 직접 이끌었다. 월가 고수들의 질문에도 직접 답을 내놨다.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크를 잡고 IR를 주관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본행사에 앞서 진행된 사전환담에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헨리 트래비스 KKR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을 만났다. 하나같이 월가를 주름잡는 거물이다.

이 환담은 사전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북한 핵 문제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우리나라의 재벌개혁 및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또 재벌개혁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은 사전환담 이후 "현재의 이슈는 한반도 내 여러 가지 긴장 관계인데,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고 진솔하게 의견을 피력했다"며 "너무 중요한 말씀을 해줘서 위안이 됐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스톤은)한국에 앞으로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사전환담에 이어 진행된 본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했다.

알렉스 쉬 골드만삭스 상무이사가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이 기업의 새로운 투자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자 문 대통령은 "수출이 늘어도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그것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능력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회 초반 북핵 위기에 질문이 집중되면서 일부 참석자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참석자들을 안심시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획부터 챙긴 文대통령…장 정책실장도 역할

문 대통령은 이번 IR를 기획단계에서부터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리스크로 한반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인 만큼 대통령도 이번 IR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 IR를 준비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며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맡겨 두지 않고 직접 개별 사안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명회에서 문 대통령이 월가 최고 전문가들과 사전 각본도 없이 일문일답할 수 있었던 것도 기획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며 세부 사안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성공적 IR를 도운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청와대는 장 실장이 20년 전 시작했던 소액주주 운동을 지지하던 월가의 한국계 청년들이 핵심 리더로 성장하면서 월가 거물들 설득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도 "소액주주 운동, 재벌개혁 운동을 하면서 교분을 쌓아왔던 월가의 한국계 투자사, 금융계 고위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고 전했다.

지난 6월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긴장된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장 실장의 '입담'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장 실장은 사전환담 말미에 "돈을 가져오면 더 크게 불려 드리겠다(Bring the money, I’ll make your money bigger)"는 농담을 던져 참석자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문 대통령의 IR로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우려가 경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 출범과 북한 도발로 약간의 우려가 있는 이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이런 행사를 가졌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가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대통령이 직접 설명과 질의응답까지 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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