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수행을 위해 뉴욕을 찾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 이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본사도 찾아 북한 리스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과 경제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경제사령탑이 국제 신평사의 본사를 찾아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북한 리스크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부총리가 직접 나서 설명할 필요가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S&P 뉴욕 본사를 방문해 크레이 파멀리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헤드와 시아폰-아레발로 로베르토 국가신용등급 및 금융공기업 담당 선임이사 등을 만났다.

S&P 측은 최근 대북 리스크의 국내 영향과 정부의 대응,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 새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상황 등에 관심을 보였다.

김 부총리는 북한 리스크와 관련,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금융과 실물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고 그 영향도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굳건한 동맹과 주요 국가들과의 다자공조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세계 양대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와 S&P가 내놓는 국가신용등급 관련 보고서를 토대로 해당국의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북한 리스크가 확산하자 한국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이들 신평사에 투자 위험성 여부를 묻는 질의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는 이달 초 한반도에서의 분쟁 상황이 장기화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대폭 낮출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국제 신평사 본사를 찾아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과 경제 정책 방향을 소상하게 설명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중국과의 경제관계 회복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아울러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교역대상국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해선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부당지원,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개선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재벌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S&P는 높은 수준의 인적ㆍ물적 자원과 성숙한 정치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북한 리스크 영향과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 등 주요 관심 사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김 부총리의 적극적 소통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 부총리는 앞서 지난 19일에는 무디스 뉴욕 본사를 찾아 리처드 켄터 부회장과 로버트 파우버 무디스 인베스터서비스 사장 등을 만났다.

본사를 찾아 온 김 부총리에게 무디스 고위 인사들 역시 북한 리스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시각과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한편,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도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발벗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의 금융ㆍ경제인들을 만나 한국설명회(IR)를 직접 주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우리 경제 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IR을 주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IR 본행사에 앞서 문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헨리 트래비스 KKR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레온 블랙아폴로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미 금융계 리더들과 별도로 만나기도 했다.

당시 열린 IR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 등 투자은행 관계자와 스타우드 캐피털 등 자산운용사 관계자 등 뉴욕의 금융ㆍ경제계 고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데 대해 "새 정부 출범과 북한 도발로 약간의 우려가 있는 이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행사였다"며 "대통령이 직접 설명과 질의응답까지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P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자료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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