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사건에 금융지주 회장과 국책은행 임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리 의혹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2일 금융당국 및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여의도 금감원 본원 내 서태종 수석 부원장실과 총무국, 감찰실 등 인사비리와 관련된 5곳과 관련자 3명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2014년 전직 국회의원의 아들인 변호사 특혜 채용으로 1월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검찰은 일단 예정대로 오후 2시께 압수수색을 마무리했지만, 향후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급 신입 일반직 채용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들이 특정인의 청탁을 받고 필기시험에서 탈락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자격없는 지원자를 특별전형으로 채용하는 등 채용과정을 불투명하게 운영했다고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채용비리 연루자에게 면직·정직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을 금감원에 요구했고, 서 수석 부원장 등 관련자를 검찰에 수사 통보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채용비리는 현직 금융지주 대표 등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인사담당 국장에게 청탁을 부탁한 인물이 금감원 임원 출신 금융지주사 대표이고, 채용인원을 늘려줘 합격하게 된 A씨는 국책은행 간부의 아들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책은행 간부가 금감원 시험을 본 아들을 잘 부탁한다며 금융지주사 대표에게 부탁했고, 이 금융지주 대표가 금감원 인사담당 국장에 전화했다는 것이다.

이 금융지주 대표는 서 수석부원장과는 금융 관료 선후배 사이로, 이들 사이에 또 다른 인사 청탁이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조만간 이 금융지주 회사와 국책은행도 압수수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냐"라며 침통한 분위기다.

임원부터 실무직원까지 수십 명이 징계 대상에 오르는 역대급 감사 결과에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파수꾼으로 금융회사들을 불합리한 점을 꾸짖고 제재해야 하는 기관에서 비리가 터지다 보니 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낯이 드러나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며 "지금이라고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잘못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채용비리 파장이 전 금융회사로 퍼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채용 비리가 일부 금융기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 은행 자녀가 계열사 카드사에 입사하고, B 금융지주 회장 자녀가 C 은행에 합격하는 등의 사례가 금융권에 유난히 많은 게 사실"이라며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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