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방카슈랑스의 판매상품 규제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방카슈랑스제도 시행 효과가 종합적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종신보험 등에 대한 판매 규제가 소비자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취급이 불가능한 종신보험 등은 저축성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사업비 비중이 높다"며 "현행 판매상품 규제는 결국 방카슈랑스 상품의 보험료 인하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인위적으로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도입한 지 15년이 된 방카슈랑스제도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사의 대리점 자격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 판매상품과 비중 등을 제한적으로 운영해 왔다.

특히 종신보험 등 개인 보장성 상품과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은 방카슈랑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많은 불편을 초래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실시한 방카슈랑스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이용고객 5명 중 1명 이상은 판매상품 제한을 불편한 경험으로 손꼽았다.

방카슈랑스 판매자 3명 중 2명 역시 판매상품 규제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에 대한 규제가 보험상품의 선택권과 보험 가입의 편의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제도의 완전 시행을 제한하는 현행 규제로 소비자 편익이 제한되고 있다"며 "이해 당사자인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방카슈랑스의 핵심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방카슈랑스제도가 완전히 시행될 경우 기존 보험설계사 조직은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카슈랑스제도 도입 초기의 우려와 달리 현재까지는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이나 생존권 위협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2003년에 20만4천 명에 불과했던 보험설계사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29만2천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설계사 1인당 월평균 소득도 238만 원에서 지난해 317만 원(생명보험 보험설계사 기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판매 채널이 활성화되고 비중이 커질 경우 보험설계사 인력이나 이들의 평균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향후 방카슈랑스제도가 정상적으로 시행되면서 더욱 활성화될 경우 다소간 보험설계사 조직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설계사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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