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최근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위안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위안-원 환율이 달러-원 환율 또는 엔-원 재정환율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위안화가 안전통화로 기능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안화를 안전통화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일 뿐, 중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으로 이 같은 현상은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위안화-금·VIX 상관관계 지속 상승"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의 화교계 은행 OCBC와 중국은행(BOC), 영국 경제연구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 싱가포르계 금융사 UOB 등은 최근 위안화의 안전통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위안화 환율과 금의 상관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위안화를 위험회피 거래의 대체 수단(프록시)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위안화의 금 및 주식 변동성지수(VIX)와의 상관계수(90일 이동평균) 수준은 사상 최고치로, 특히 금과의 상관계수는 0.5 수준에 달했다. VIX와는 0.2 정도였다.

특히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위안화 매수 및 원화 매도 관련 거래가 늘었고, 위안-원 환율이 많이 올랐다.

북한의 핵실험이 시장에 반영된 지난 4일 달러-원 환율은 0.91%(10.20원) 오른 반면, 위안-원 환율은 1.52%(2.59원) 뛰었다. 엔-원 재정환율은 1.55%(15.80원) 상승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두 차례 통과하면서 엔화 위상에 회의적 시각이 나타난 것도 위안화 강세 요인이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분석했다.

작년 10월 위안화가 달러와 유로화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비중(10.9%)으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며, 실질적으로 위안화 위상이 올라가기도 했다.





<올해 4월이후 위안-원 환율(좌측)과 엔-원 재정환율(우측)>



◇"위안화 약세 흐름 진행 중"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안전통화 현상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갈등 심화 시 과거와 달리 글로벌 달러가 약세로 반응하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지, 위안화의 강세 흐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최근 달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위험지표와 양(+)의 상관성을 가진 것과 달리, 약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유출 억제 노력으로 역내외에서 위안화 약세 기대가 크게 줄어든 것도 위안화 강세를 이끈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위안화 약세 추세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내 은행권 외환거래를 집계한 외환수급통계를 보면, 과거 2년 대비 순유출 규모가 큰 폭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순유출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위안화와 위험지표간 상관계수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음에도, 스위스 프랑이나 엔화 등 전통적 안전자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근거로 든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으로 위안화에 안전통화 성향이 나타나더라도 제한적인 위안화 선호와 취약한 금융시스템,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 등으로 안전통화 성향은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금센터는 "중국이 최근 선물환 거래 20% 이행보증금 및 위안화 예금 지급준비율 규정을 철폐한 것도 위안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시장 자율성과 거리가 있다"며 "안전통화 성향에 역행한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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