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미국과 북한이 강도 높은 '말폭탄' 위협 공방을 이어가는 상황속에서도 달러-원 환율과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미묘하게 다른 움직임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태평양상에서의 수소탄 시험 위협 발언을 내놓은 지난 22일 우리나라 5년 CDS 프리미엄은 아시아 장에서 거의 움직임 없이 70bp대에 머물렀다.

이어 뉴욕 장에서도 1bp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에 1,130원대 초반에 머무르던 달러-원 환율은 장중 레인지 상단인 1,140원 부근까지 급등했다.

통상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동시에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당시에는 CDS 프리미엄과 달러-원 환율이 각각 하루 만에 약 5bp와 10원 급등한 바 있다.

국금센터 관계자는 "CDS가 장중 비교적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북한 이슈가 나올 때 쏟아지던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분석보고서도 잦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CDS의 만기가 롤오버 되면서 상승했는데 롤오버 효과만 고려하면 72bp가 적정 수준"이라며 "현재 CDS 수준을 보면 이번 북한 리스크는 사실상 거의 반영이 안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CDS와 달러-원 환율은 보통 같이 움직이는 게 정상"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인 것 등을 보면 북한 리스크는 학습효과로 인해 급격히 커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도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이 오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달러-원 환율은 1,140원선 근처까지 간 뒤 다시 1,130원대 중반으로 하락했으며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는 1,133.05원에 호가됐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우려가 더해짐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에 비해 달러-원 환율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며 "후행적으로 따라가는 과정에서 북한 리스크가 맞물려 일시적으로 급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금리인상 가능성이 공존하면서 달러화 하단이 견고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강경 발언이 나오자 두 요인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과 CDS 프리미엄의 과거 대비 현재 가격 수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반응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난 4월 및 그 이후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달러-원 환율은 레벨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CDS 프리미엄은 더 높아져 있다"며 "이로 인해 CDS 프리미엄의 반응이 더 제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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