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고금리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등으로 가계대출에 제동에 걸린 저축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로 돌파구를 찾고 나섰다.

가계 신용대출에 집중해 온 대형 저축은행 중심으로 기업대출 확대 움직임이 확산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중소형 저축은행과의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내년 대부업 최고금리의 인하 등을 고려하면 기업대출로의 전환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저축銀, 가계서 기업으로 '갈아타기'

2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1분기 말보다 1조1천억 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약 4천억 원 늘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많다.

반면 올해 1분기 1조 1천억 원 늘어난 것을 비롯해 분기별로 꾸준히 1조 원 가까이 늘었던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관리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총량 규제를 도입한 데다, 충당금 기준 강화까지 겹치면서 가계대출 취급을 빠르게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2분기부터 대출금리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50%의 추가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가계 신용대출 위주의 영업을 해 온 대형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저축은행 자산규모 2위의 OK저축은행 가계대출은 2분기 말 2조4천300억 원가량으로 전 분기 2조4천800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JT친애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2분기가 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자산규모 1위의 SBI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이 2조 800억 원가량으로 전 분기보다 50억 원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웰컴저축은행의 가계대출도 2분기에는 10억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주춤해졌다.

이들 대형 저축은행은 반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2분기에 기업대출을 1천800억 원 정도 확대했다. 기업대출 증가 금액은 전 분기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SBI저축은행도 기업대출을 약 1천500억 원 확대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내년 최고금리도 인하…기업대출 경쟁 격화

저축은행 업계는 기업대출 비중을 높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대부업 최고금리가 현행 27.9%에서 24%로 낮춰진다. 금융위원회는 또 내년 최고금리 인하 시 기존 대출의 금리도 소급해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축은행으로써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미리부터 줄여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개인 신용대출 영업에 방점을 찍어온 대형 저축은행이 더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이들의 포트폴리오 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 부담이 이미 늘어난 데다 최고금리 인하는 물론 소급적용까지 추진되면서 신용대출을 통한 수익 창출은 더더욱 어려워졌다"며 "기업대출 등 다른 자산 운용 전략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형 저축은행이 기업대출 비중 확대에 나서면 기업대출 위주의 중소형 저축은행과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저축은행의 관계자는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해 와서 당국의 규제 강화가 부담될 것은 없지만 향후 경쟁력 유지가 관건"이라며 "대형 저축은행이 기업 영업을 강화하면 중소형 저축은행이 파이를 뺏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