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어떤 모임에서 업계 회장님께서 요즈음 신입사원은 회계지식이 너무 없다고 대학에서 회계과목을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회계지식도 그렇지만 투자지식도 많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이 의견을 공유한 적이 있다. 몇 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적했지만, 금융 및 투자지식의 교육 여부가 우리 주위에 부(富)의 불평등(不平等)을 가져오는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세계(Investment Universe)는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지만, 생활 주변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투자라는 용어이기도 하다.

때로는 투기로 몰리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투자 대상으로 강남 아파트를 단연 최고로 여겨왔다.

심지어 청문회에 등장하는 사회 지도층 인물들도 거의 예외 없이 강남지역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일부 과열지역에 드디어 정부가 나서 아파트 경기 진정 대책을 발표하는 상황이다. 하기야 주택 부자 상위 1%가 평균적으로 집을 7채나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택 다 보유를 투자전략 1순위로 여기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국내 아파트 시장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살포된 통화량은 약 10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저금리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작년 말 현재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대비 20조 달러나 증가하였고, 부동산 가격은 부문별로 차이가 있으나 금융위기 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전 세계 자산가격이 향후 얼마나 상승할 것인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투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이다. 따라서 투자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 것인데 우리는 평상시에는 잊고 산다.

언제 국내 외환위기가 있었고, 닷컴 버블이 있었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왜 있었는지 그 영향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망각하고 지내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저축을 통해 자본축적이 소규모라도 이루어지면 투자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요즈음 같이 저금리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익률이 1%p라도 높게 기대되면 자금 이동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기관투자가들은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의 한계를 직시하고 위험이 다소 크더라도 국내외적으로 사모펀드, 부동산, 인프라, 벤처투자 등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50년 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모니터링하는 45개국 경제가 동시에 성장세를 보인 기간은 최근 1~2년과 함께 80년대 후반기,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 이전 몇 년에 불과하다. 이러한 글로벌 동반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지나치게 낙관하기에는 여러 가지 경고 조짐(signs)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기록하며 2009년 최저치에서 300% 이상 올랐다. S&P500 지수는 이미 과거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15배 수준을 넘어 20배에 이르고 있다. 급기야 올해 이머징 마켓 투자수익률은 과열 조짐을 보인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미 고점을 찍고 반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동원할 수 있는 투자자금인 소위 글로벌 미소진 자금(Dry Powder)이 1조 3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벤처업계에는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되어 투자자금이 물밀 듯이 몰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M&A와 벤처투자는 더욱 활발할 것으로 예상하나 경험적으로 볼 때 후유증이 가볍지 않을 것 같다. 워런 버핏은 '썰물 때가 되어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확인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 세계가 Fed(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자산을 지키고 투자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첫째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글로벌 동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경험적으로 정점은 순간적으로 지나가고 반드시 경기후퇴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보유 자산들이 다음에 찾아올 경기후퇴기에 손실을 볼 수 있지 않을지, 손실을 보면 어느 정도 발생할지? 그렇다면 기존 투자는 어떻게, 언제 회수(Exit)할지? 어떻게 자산 조정(Re balancing)을 하는 것이 좋은지를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둘째는 향후 나타날 기회 요인은 반드시 놓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투자 기회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혜택을 받을 산업 또는 섹터에 속한 국내외 기업이나 ETF를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닥칠 경기후퇴 시 발생할 자산가격의 급락에 대비하여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투자 대상을 찾지 않는다. 투자 대상이 우리에게로 온다'라고 설파한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회장의 투자 철학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물론 훌륭한 투자기회가 오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행운의 여신은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는 것도 명심해야 하겠지만. (이찬우 국민대 특임교수 / 前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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