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데다 독일 총선으로 유로화가 약해져 혼조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69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2.05엔보다 0.36엔(0.32%)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84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943달러보다 0.0096달러(0.81%)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2.27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33.83엔보다 1.56엔(1.17%) 낮아졌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1.3466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35223달러보다 0.00555달러(0.41%) 약해졌다.

달러화는 독일 총선 결과에 따른 유로화 약세 덕분에 지난주 지정학적 우려에 따른 하락을 딛고 엔화에 상승 출발했다.

지난주말 달러화는 북한 수소탄 위협 발언에 따른 위험 회피로 내렸다.

이날 발표된 지표는 미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줬지만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물가 발언은 달러에 긍정적이었다.

더들리 총재는 이날 한 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수입물가 상승세가 더 단단해지는 것과 일시적인 물가 부진 영향이 사라지는 것이 내년 이후로 물가를 더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들리는 물가가 올라서 목표치 2%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 제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린제이 그룹의 피터 부크바 수석 시장 분석가는 "더들리 총재는 최근 물가 부진을 걱정하지 않아서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싶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그는 또 연설 후 질의·응답 시간에 다음 침체가 올 때 금리는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8월 전미활동지수(NAI)가 전월의 0.03에서 마이너스(-) 0.31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가 '0'인 것은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성장 추세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이너스(-) 영역이면 평균 성장세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3개월 이동평균 전미활동지수도 전월 0.00에서 -0.04로 밀렸다.

4분야의 하부 지수중에서 두 분야가 전달보다 내렸으며 두 분야가 역기여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 도발로 인한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중의원 해산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엔화에 영향을 줬다. 내달 22일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런던 캐피털 그룹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연준과 일본중앙은행의 정책 전망 다이버전스 외에 일본 선거가 달러-엔의 상승 재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독일 총선 결과 포퓰리즘 정당의 예상보다 많은 득표수가 유럽연합(EU) 분열 가능성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킨 데다 지표가 부진해 달러화에 내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의회 연설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회복이 포괄적이고 견고하다"면서 "내수 회복이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유로화가 더 떨어졌다.

오즈카르데스카야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은 당장 EU에 대한 독일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포퓰리즘의 증가는 유로화에 대한 시장 분위기를 망친다"고 설명했다.

오즈카르데스카야는 유로화는 1.20달러선 위에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달 독일 기업의 경기 신뢰도를 나타내는 Ifo 기업환경지수(BCI)가 115.2로 지난달 115.9보다 소폭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뮌헨에 소재한 Ifo 경제연구소는 약 7천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환경지수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달 수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15.9도 소폭 밑돌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독일 총선 이전에 시행됐다.

또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귀어 채권 분석가는 유로존 국채수익률 하락은 독일 총선 결과 후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5bp 내린 0.399%에서 거래됐다.

맥귀어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CDU·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의 연정은 가능성이 작아진 데다 독일 총선에서 반(反)유럽연합 기조의 극우성향 정당 AfD가 제3당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당득표율 잠정확정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CDU·CSU 연합의 합산 수치가 33.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별로는 각각 26.8%, CSU 6.2%였다.

2013년 창당한 극우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 AfD는 12.6%의 지지를 받아 일약 제3당으로 뛰어올랐다.

친기업 자유주의 지향의 자유민주당(FDP)도 10.7%로 연방의회 복귀를 확정, 메르켈 정파가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할 길을 텄다.

메르켈 총리는 4연임에 기뻐할 새도 없이 정부구성 난제를 풀어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북한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달러화가 엔화에 수직 낙하했다.

리 외무상은 숙소인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서 "유엔헌장은 개별국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험 자산인 뉴욕증시도 낙폭을 벌렸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지난 23일 밤 미 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한 것은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B-1B 비행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비둘기 연준 위원 연설이 나온 데다 뉴욕증시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엔화에 횡보했다. 유로화도 엔화에 게걸음 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연설에서 "향후 물가가 우리의 정책목표와 맞춰진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부양책을 없앨 때 매우 점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책을 없애는 다음번 통화정책을 펼칠 때까지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더 분명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물가 전망이 낮은 것이 강한 영향력을 미쳐 물가를 계속 낮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연준의 핵심 물가는 전년비 1.4%를 기록하며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외환 전략가들은 유로화가 정치 변수에 영향을 받았지만,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는 한 큰 방향은 바뀌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BMO의 스티븐 갈로 유럽 헤드는 "독일 선거 결과는 극단적인 유로화 강세론자들의 돛을 접게 할지 모르지만 유로화 방향은 경제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갈로는 달러화는 수개월 간의 내림세에 있어서, 단지 두세 거래일 동안의 강세장으로는 끝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MO는 유로화의 올해 말 거래 범위를 1.17~1.21달러로 설정했다. 내년말 전망치는 1.25~1.26달러다.

단지 독일의 연정 구성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은 유로화에 불리한 점으로 꼽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독일 총선 이후 정부의 구성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릴 것이라며 새 정부는 2018년 1분기에 탄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번 연정이 성립되는 데 거의 90일이 걸렸고, 단지 두 당만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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