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채용 과정에서 조그마한 의혹이라도 불거질 경우 조직적인 인사 비리로 오해받을 수 있어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기본에 충실해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괜한 오해를 사거나 단순한 실수로 채용 과정 전체에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라는 지시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총 500명을 뽑을 예정인 KB국민은행은 신입 채용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6일 "평가 기준이나 항목 등에 불필요한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채용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며 "특히 전문 경력직 공채 채용을 처음 진행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직무·분야별 채용을 도입한 신한은행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위성호 행장은 채용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채용 방식은 지원자의 직무 역량 및 성장 가능성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대로 평가해 맞춤형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 450명을 채용하는데 그동안 획일화된 채용 전형에서 벗어나 디지털·빅데이터, 글로벌, 정보기술(IT), 투자은행·자금운용·리스크, 기업금융·자산관리, 개인금융(텔러) 6개 분야로 세분화해 뽑는다.
서류 전형부터 실무 면접 및 최종 면접까지 임원이 아닌 각 현업 부서 전문가가 평가와 선발을 진행해 직무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고, 분야별 채용 전형도 모두 다르게 진행한다.
은행들은 출신과 배경과 상관없는 능력 위주의 선발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확산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입사지원서에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 등의 항목을 없애고 면접 역시 100% 블라인드로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증명사진같이 역량을 판단하는데 불필요한 항목을 줄였고, 기업은행 역시 올해부터 자기소개서에 출신학교 등의 항목을 뺐다.
한 시중은행 채용 담당 임원은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도중에 금감원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은행도, 지원자도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행여 괜한 오해를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예전에는 친인척이나 지인의 부탁 등으로 청탁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며 "자칫하다가 조직 전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관련기사
이현정 기자
h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