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하면서 국내 최고 금융지주회사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익을 올리면서 지난 10년간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한 신한금융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금융권에선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 선임 등 조직 정비와 추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한금융과 전면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과 경쟁 본격화…목표는 '1위 탈환'

시장의 관심은 KB금융이 신한금융을 확실히 제치고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조8천923억 원을 올리면서 신한금융(1조9천92억 원)을 바짝 추격했다. 올해 초 KB의 주가가 신한을 역전하고, 급기야 지난 6월 29일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7년 만에 신한을 제치면서 리딩뱅크 경쟁을 본격화했다.

특히 윤 회장은 그동안 신한은행보다 자산· 인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민은행을 업계 1위에 올려놓으며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국민은행은 신한은행(5천346억 원)보다 많은 6천63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강화로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구축한 점도 신한금융과 본격적인 실적 경쟁이 가능해진 요인이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2018년 비은행 순익 비중이 42%까지 오르는 등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됐다"며 "KB증권과 KB손해보험 100% 자회사 편입 등으로 올해 가장 많은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회장-행장 분리 등 조직 개편 주목

윤 회장은 첫 임기 3년 동안 국민은행장직을 겸임했다. 회장과 행장이 격돌한 KB사태로 내홍을 겪으면서 소란스러웠던 조직을 빠른 시일 내 수습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한다는 명분이었다. 관료나 낙하산 인사를 배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조직의 안정과 경쟁력이 회복되고 승계 프로그램이 잡혀가는 때가 되면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이제 차기 국민은행장이 누가 될지가 관심이다.

KB금융 상시지배구조위원회는 다음 달 행장 선임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행장 선임 후 11월 말 임기가 끝나는 사장직과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연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대부분의 임원을 유임시키는 대신 임원 겸직 체제를 확대했다.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부문에서의 지주·은행·증권의 3사 겸직체제를 시행하고, 은행 WM그룹에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를 KB증권과 대칭 형태로 신설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윤 회장 2기 체제에서도 12개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승계 풀을 풍부하게 관리해 온 효과가 앞으로의 3년 경영성과로 나타날 것"이라며 "그간 다져온 지배구조 안정화를 바탕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비은행 강화 지속…추가 M&A 나설까

기나긴 M&A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도 윤 회장이다.

KB금융은 2006년 외환은행 인수 추진 때부터 2011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따른 우리은행 인수,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전, 2013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저축은행) 입찰 등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절치부심하던 KB금융은 2014년 LIG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KB사태로 막판 좌절되는 듯했으나 윤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설득해 전원 사퇴 결의를 끌어내면서 인수 승인을 받았다.

이후 현대증권 인수까지 성공하며 KB금융의 10년 숙원 사업이었던 비은행 강화 목표를 이뤄냈다.

윤 회장은 지난 15일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A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추가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2기 체제에서도 국내외에서의 과감한 M&A를 통해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계열사 중 상대적으로 약한 생명보험사나 카드사 M&A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가 그룹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강력한 인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윤 회장 연임으로 KB금융이 지배구조 문제에서 확실히 벗어났다고 본다"며 "지난 3년이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3년은 본격적인 도약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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