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장기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외환딜러들이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갈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휴 직후가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데다 한·중 통화스와프의 만료도 예정돼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외환딜러들은 긴 연휴 간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기존의 포지션을 유지하기보다는 연휴에 앞서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 가능성에 롱 포지션을 미리 구축하려는 심리도 있지만, 연휴가 워낙 길다보니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임시공휴일(10월 2일)과 대체공휴일(10월 6일), 주말을 포함해 총 열흘에 달한다.

열흘 동안 거래가 중단되다 보니 달러-원 환율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는 있지만, 내부 컴플라이언스로 인해 출근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워 쉽지 않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이다.

연휴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내외 변수들은 여전히 잠재해있다.

특히 북한의 도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 간에 강경한 발언이 오가면서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한 추가 도발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통화스와프가 만료되는 점도 국내 외환유동성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비춰질 경우 향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에 원화 약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A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27일 "연휴가 길다보니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른다"며 "NDF 시장이 열리더라도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거래하는 것이 쉽지 않아 포지션을 열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다 손절을 하기도 힘들다"며 "열흘이라는 기간을 미리 예상하고 포지션을 잡고 가는 것은 과도한 모험이기 때문에 연휴 전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수 있어 롱 포지션을 구축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포지션을 잡기는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번주 후반에 네고 물량이 소화되고 달러화 레벨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면 롱 포지션을 고려해볼만 하다"면서도 "북한 리스크에 대한 내성으로 달러화 상승세는 제한적일 전망이어서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D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최근 1,140원선이 달러화 상단으로 인식돼 연휴 동안에도 이 레벨이 뚫릴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롱 심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수익을 보겠다고 미리 포지션을 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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