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재계에 탈중국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사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을 했던 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유통, 화장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중국에서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고 몽골과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에 성장동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큰 피해를 본 롯데마트도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은 중국 현지법인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의 보조금 폐지 조치로 인해 동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는 가운데 중국쪽 파트너업체와 갈등까지 불거지며 설상가상 형국에 몰리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현대차의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 합자관계를 끝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등 한류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던 업체들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오리온 등 식음료 업계도 인력 축소 등 실적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잘 나가던 중국 사업이 이렇게 된 건 오로지 사드 보복 때문일까. 업계에선 그렇지 않다고 본다. 사드는 핑곗거리일 뿐, 이미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였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 스스로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냐 아니냐의 여부라는 것이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했던 중국이 막대한 부를 쌓고, 기술력까지 겸비하게 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이 스스로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선례를 보더라도 명백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의 분쟁으로 시작된 중국인의 극렬한 반일 시위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을 떠났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영토분쟁과 반일 감정이었으나 실상은 중국에서 사업 주도권을 이미 빼앗기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들이 찾은 대체 투자처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였다.

우리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베트남은 우리와 문화가 비슷하면서 성실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젊은 인구층이 많아 성장잠재력이 높고, 베트남전으로 한국에 안 좋았던 감정도 한류의 영향으로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엔 안성맞춤인 투자처인 셈이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중국 사업 부진이 사드 보복 때문이라 하더라도 회복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을 고리로 한ㆍ중 갈등과 미·중 갈등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쉽게 해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연말에 더욱 강한 보복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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