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오너 회사인 롯데정보통신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는 롯데그룹이 롯데정보통신을 물적분할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롯데그룹이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정보통신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물적분할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투자부문에만 남아 사업부문이 내부거래를 해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리지 않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만 규제 대상이다.

◇ 롯데그룹, 롯데정보통신 물적분할 추진…'일감 몰아주기 규제회피 의도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은 전날 이사회를 개최해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투자부문은 존속법인으로 남고, 사업부문은 신설법인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분할방법은 투자부문이 사업부문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내달 27일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분할 기일은 11월 1일이다.

투자부문은 자회사 관리, 신기술사업 투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사업부문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헬스케어 등 정보기술(IT)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롯데정보통신이 물적분할을 결정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와 연간 거래총액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3년)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도 규제 대상이 된다.

비상장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지분율 10.45%), 신동빈 회장(지분율 6.82%) 등 총수일가가 롯데정보통신 지분 24.8%를 보유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2015년 롯데정보통신 전체 매출액 6천25억원에서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5천192억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86.2%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액 6천229억원에서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5천701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91.52%에 달한다.

롯데정보통신이 물적분할을 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벗어나게 된다. 물적분할 후 총수일가가 롯데정보통신 투자부문을 지배하고, 투자부문이 사업부문을 소유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 법사각지대를 노린 '꼼수'…"간접지분도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롯데그룹이 '물적분할'이라는 꼼수를 써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적분할 후 롯데정보통신 사업부문이 내부거래를 해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 투자부문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지만, 롯데정보통신 사업부문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같은 꼼수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 11명은 작년 8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의 지분율 요건을 판단할 때 오너 일가가 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지분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채이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재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라며 "롯데정보통신처럼 물적분할 등 꼼수를 써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롯데정보통신 분할결정은 내부거래 규제 준수 목적보다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가 강하다"며 "향후 기업공개(IPO) 등 긍정적인 방향의 청사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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